인류의 집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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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인류의 집단지성
  • 입력 : 2023. 03.21(화) 16:47
이용환 논설위원
에메랄드 빛 바다가 눈앞에서 출렁인다. 물 속에서 굴절되는 빛과 오묘한 색감의 산호초, 미지의 생명체가 보여주는 화려한 몸짓도 신비하다. 지난 해 12월 개봉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2:물의 길’은 압도적인 영상미와 달리 탐욕 때문에 무자비하게 바다를 파괴하는 인류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다. 네이티리에게 사랑을 느끼고 판도라 행성에 남은 설리. 지난 전쟁에서 패한 후 다시 돌아온 인류와 피할 수 없는 결전을 앞둔 그는 물의 부족 ‘멧케이나’와 인간의 야만적인 행동에 맞선다.

영화가 전편과 다른 점은 주 무대가 바다라는 것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수중 세계의 경이로운 모습과 독특한 해양생물은 캐머런의 작품답게 상상을 초월했다. 영화의 키워드도 ‘연결’이다. 생물과 무생물은 모두 바다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물의 길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는 영화 속 산호초 부족의 이야기는 그래서 울림이 크다. 잔인하게 살해된 고래 툴쿤을 수장하면서도 그들은 “이들은 에너지를 자연으로부터 얻었다고 생각한다. 또 언젠가는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탐욕 때문에 바다를 착취해 온 인간을 부끄럽게 만드는 열린 생각이다.

판도라 행성과 마찬가지로 바다는 지구에서도 생명의 원천이다. 지구의 생명이 이곳에서 탄생했고 마지막 지구의 운명도 바다가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에게 바다는 착취의 대상이었을 뿐, 함께 살아갈 존재가 아니었다. 바다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 왜 바다가 생겨났는지,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지, 어떤 메커니즘으로 해류가 순환하고, 생태계의 불균형이 가져올 미래가 무엇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도 화성보다 바다를 더 모른다고 말한다.

최근 유엔이 전세계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조약에 합의했다. 논의가 시작된 지 15년만의 성과다. 조약에 따라 2030년까지 공해(公海)를 포함한 전 세계 바다의 30%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보호 구역에서는 어획 등 무분별한 착취가 금지된다. 현재 공해는 지구 전체 바다의 64%를 차지하지만 보호를 받는 곳은 1.2%에 불과하다. 판도라 행성에서 툴쿤은 죽는 순간에도 인간을 용서했다. 그들 또한 바다로 되돌아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착취로 점철됐던 바다, 그 바다가 뭇 생명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첫 걸음을 내 디딘 ‘인류의 집단지성’이 반갑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