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투둑 툭…강진 백련사 오솔길 흩뿌려진 동백꽃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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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툭…투둑 툭…강진 백련사 오솔길 흩뿌려진 동백꽃 장관
3㏊··키 7m·1500그루 군락
동백꽃 최대 매력은 '낙홍'
땅에 떨어져 보석처럼 빛나
1400년 이전부터 지역'핫플'
다산 인연·천연기념물 지정
  • 입력 : 2023. 03.20(월) 10:24
강진 백련사 오솔길 흩뿌려진 동백꽃 장관
강진 백련사 오솔길 흩뿌려진 동백꽃 장관
강진 백련사 오솔길 흩뿌려진 동백꽃 장관
강진 백련사 오솔길 흩뿌려진 동백꽃 장관
강진 백련사 오솔길 흩뿌려진 동백꽃 장관
동백나무는 꽃을 세 번 피운다. 한 번은 나무에서, 또 한번은 땅에서, 마지막은 우리 마음에 핀다. 꽃이 나무에 매달린 자체도 아름답지만 바닥을 붉은 융단처럼 장식할 땐 더 장관이다.

꽃잎 하나하나가 날리는 다른 나무와 달리 동백은 통꽃 전체가 떨어진다. 그래서 꽃망울을 터뜨릴 때의 예쁜 다른 꽃들과 달리 동백은 낙홍의 순간에 아름다움이 극에 이른다.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 강진 동백림

봄이 오는 길목, 강진 백련사 동백림을 찾았다. 3㏊ 숲에 지름 20~30㎝, 평균 키 7m의 동백나무 1500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 가운데 서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동백 사이사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굴참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우거진 숲 사이로 촘촘히 땅에 박힌 햇살이 보석처럼 빛난다.

붉디 붉은 화려한 외모지만 동백은 의외로 향기가 없다. 대신 향기보다 진한 꿀을 품고 있다. 그래서 향기를 쫓는 곤충이 아니라 몸집이 작고 부리가 뾰족한 동박새가 꿀을 먹은 뒤 온 몸에 꽃가루를 묻혀 수정을 돕는다. 나비나 벌로 수정하는 충매화는 많지만 동백 같은 조매화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선인장, 유칼립투스 등이 조매화에 속한다.

동백은 우리나라 난온대 수목을 대표하는 나무로 남해안과 제주 등지에서 자라지만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은 흔치 않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 등재된 동백 관련 천연기념물은 강진 백련사(제151호), 광양 옥룡사, 나주 금사정 등 8개에 불과하다.

■ 백련사 동백림, 언제부터 핫플이었을까

백련사 동백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데는 국내 대표 동백 군락지라는 상징성과 함께 다산 정약용과 인연에 따른 역사·학술적 가치도 높기 때문이다. 동백림에는 종교의 벽을 뛰어넘은 다산과 백련사 혜장스님의 우정도 담겼다. 다산은 강진 유배 생활 18년 중 10년을 강진만 구강포가 보이는 만덕산 기슭 다산초당에서 기거했다.

다산초당과 백련사 거리는 1㎞ 남짓.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학문을 토론하고 시를 지으며 차를 즐겼다. 깊은 밤 기약없이 찾아가도 반가운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동백꽃 우거진 오솔길을 같이 걸을 땐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지 둘 사이 우정의 깊이를 헤아리기 벅차다.

백련사 동백림이 언제 조성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조선시대 문인인 성임(1421~1484)이 시에 ‘백련사 동백나무숲 뛰어난 경치를 직접 보지 못해 한스럽다’고 적은 것으로 보아 최소한 1400년대 이전부터 이미 지역의 핫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백꽃은 경칩 시작 전 피기 시작해 3월 말 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후 상태에 따라 간혹 4월까지 피어 있는 경우도 많다. 백련사 동백림의 경우 초록 잎사귀와 장엄하기까지 한 붉은 꽃봉오리의 절정을 보기 위한 발걸음이 3월부터 4월까지 계속된다.

지난해 이맘때 백련사 방문객 수를 보면 1~2월과 6월이 5000~7000명 선에 그친 반면 3월 1만2021명, 4월 1만1877명으로 3월~4월까지 동백의 절정기였음을 짐작케 한다. 5월에도 1만 명이 넘게 방문했지만 ‘부처님 오신 날’ 관련 방문인 것으로 보는 게 온당할 듯하다.

■ 사찰 주변 동백나무가 많은 까닭

강진의 백련사, 광양의 백룡사, 고창의 선운사 등에는 사찰 주변에 동백림이 울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찰, 궁궐 같은 목조건물의 가장 큰 적은 불이다. 화재를 막기 위해 사찰에선 단오 절기에 맞춰 소금 단지를 공양했다고 한다.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하다고 하는 단옷날 올리는 소금은 바다에서 채취하는 만큼 물의 기운으로 받아들여졌다.

선인들은 소금 공양과 함께 동백나무를 심었다. 나무의 성질 자체가 불에 약한데 어떻게 나무로 불에 맞선다고 생각했을까. 이유가 있다. 나무 중 불에 유독 강한 나무가 바로 동백나무다. 동백은 불을 만나면 가지에서 거품이 일고 늘 푸른 나무답게 한겨울에도 싱그러운 초록빛 잎이 무성하다. 그만큼 수분을 머금은 잎이 불의 확산을 지연시켜주기 때문이다.

■ 백련사 품어 안은 만덕산서 힐링을

백련사는 강진 만덕산(해발 408m)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신라시대 산 이름을 딴 만덕사였다가 고려 희종 7년부터 백련사로 불리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이르는 오솔길을 걷다 보면 앞은 산이요 뒤는 바다다. 시선 닿는 곳이 동백으로 둘러 쌓여 있다. 경치가 수려하다. 만덕산은 야생차밭이 많아 다산(茶山)이라 불렸을 만큼 초록 빛 천지다. 정약용 호도 이때부터 자연스레 다산이 됐다.

동백꽃만큼 아름다운 다산과 혜장스님의 우정이 녹아있는 오솔길은 마치 부처님 손금처럼 오밀조밀 하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은 40분 정도 걸린다. 왕복코스인 ‘우정길’은 강진 백련사~일주문~해탈문~동백숲~해월루~다산초당으로 왕복 2㎞다. 봄 햇살 가득한 3월. 툭, 투둑 툭 떨어지는 동백 꽃잎이 양탄자 처럼 붉게 깔린 오솔길을 걸으며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