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본색'…끊임없이 돌출하는 '5·18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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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본색'…끊임없이 돌출하는 '5·18 망언'
●김재원·김광동 발언에 지역 부글부글
보수정당 과거 폄훼발언 재조명
"선거때는 서로 계승하겠다더니"
지역민 "여당 5·18 인식 재확인"
시민단체 "최악…공식 사과해야"
  • 입력 : 2023. 03.14(화) 18:37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5월 항쟁 당시 계엄군이었던 김귀삼씨와 황일봉 5·18구속부상자회장, 정성국 공로자회장 등이 14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행불자묘역과 무명열사의묘 등 오월영령에 참배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대한민국 여당의원들이 연일 5·18민주항쟁을 노골적으로 폄훼하면서 광주·전남 지역사회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특히 이들 중 한명은 여당 최고위원이고 한명은 진실을 밝혀야 할 진실화해위원장이라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여당의 극우 성향’을 재확인 했다는 지역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민과 시민단체는 “선거 때는 내려와서 ‘5월 정신 계승’, ‘헌법 수록’ 등을 이야기하더니 조금 지나니까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국민의힘 측에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14일 5·18 단체와 광주·전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의원은 지난 12일 보수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대해 “불가능 하다”고 발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가 ‘헌법에 5·18정신을 넣는다는 건 전라도에 대한 립 서비스 아닌가’라고 묻자 “(헌법 수록은) 저도 반대다.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라고 답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도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 ‘5·18 북한 개입 가능성’을 재차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북한이 광주 항쟁에 개입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는지’ 묻는 민주당 이형석 의원의 질문에 “북한이 개입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김 위원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뉴라이트 계열 대안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가 하면, 제주 4·3 사건을 두고 '공산주의의 폭동'이라고 비하하는 등 극우적 역사관을 드러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와 관련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북한개입’은 중간발표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고, ‘헬기사격’은 이미 2020년 법원에서 인정한 바 있다”며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계속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왜곡 내용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연일 잇따른 망언에 광주·전남 지역사회는 크게 분노했다.

여수 시민 강요한(28)씨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5·18과 쿠데타만 빼면 전두환은 정치를 잘했다’는 망언을 내뱉었다”며 “이후 사과 했다고 하지만, 결국 변한건 하나도 없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와 여당이 ‘5·18’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 투표했다는 정모(34)씨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런 모습 보려고 투표한 게 아니다. 5월 정신 계승한다는 말이라도 하지 말던지 이게 뭔가 싶다”며 “국힘은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도로한국당(다시 자유한국당)’이다. 2019년 김진태·김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으로 곤혹스러웠음에도 같은 일이 또 발생했다. 이제 이 나라 보수에는 더 이상의 희망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사회도 성명서 등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유족회)는 성명서를 통해 “자타공인 ‘친윤’이라는 김 최고위원이 5·18에 대한 망언을 한 것은 국민의힘이 5·18 정신계승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대하는 민낯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국민의힘은 5·18정신을 훼손하고 지역감정과 정치 혐오를 조장한 김 최고위원의 당직을 즉각 박탈하고, 당 차원의 징계와 망언 당사자의 사죄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18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대책위)도 “용서받지 못할 망언”이라며 규탄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결코 이번 발언을 좌시하지 않고 헌법이 수록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김 최고위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광주에서 처음 선포한 약속이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이었다. 김 위원은 그마저도 표를 얻기 위한 수작으로 보이냐”며 “5·18희생자는 전국에 다 있다. 앞으로 불꽃같은 눈으로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최고위원은 14일 개인 SNS를 통해 “심려 끼쳐 매우 죄송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 아울러 5·18 정신의 헌법 전문 게재에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려드린다”고 입장 표명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