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팀 ‘부끄러운 자화상’…WBC, 3연속 1라운드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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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야구대표팀 ‘부끄러운 자화상’…WBC, 3연속 1라운드 탈락
‘한 수 아래’ 전력 호주에 충격패
일본에 콜드게임패 직전까지 몰려
국제 경쟁력 급락…처참한 투수력
“인재 발굴·선수 육성 시스템 정비”
  • 입력 : 2023. 03.14(화) 17:35
  •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뉴시스
한국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중국과의 경기에서 5회말 22-2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뒤 더그아웃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야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으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4강 진출을 목표로 삼고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했지만 세계야구와 큰 격차를 다시 확인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23 WBC 1라운드에서 2승 2패를 기록, B조 3위에 그쳐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2라운드(8강)행 티켓을 거머쥐지 못했다.

한국 야구는 2013년, 2017년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처참한 현실과 다시 한 번 마주했다.

한국은 당초 호주와 체코, 중국을 잡고 8강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꼬였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하던 호주에 7-8로 패배하면서 8강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압박감이 더 커진 상황에서 치른 한일전에서는 4-13으로 대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생업이 따로 있는 선수들로 구성된 체코를 상대로도 압도하지 못하고 7-3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8강 진출 탈락이 결정된 뒤 만난 중국을 상대로 화력을 발휘하며 22-2,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현저하게 떨어진 국제 경쟁력을 확인했다.

프로 선수가 참가하는 주요 대회에서 한국이 호주에 진 것은 2007년 대만 야구월드컵 예선 이후 16년 만의 일이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벌어진 실력차를 절감했다.

한국은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에서 일본에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했지만, 2019년 프리미어12에서는 예선, 결승에서 모두 일본에 졌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일본과 접전을 벌인 끝에 패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콜드게임 패배 직전까지 몰리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부분의 한국 투수들은 자신감을 잃고 허둥댔고, 타자들은 허명뿐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강철 감독의 마운드 운용 등 용병술도 대회 내내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과거 한국은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냈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투수력은 실망스러웠다. KBO리그 최고 선수들을 불러모아 최상의 전력을 꾸렸지만, 처참히 무너졌다.

호주전에서는 상대 타자들의 파워를 감당하지 못했다. 한국 마운드는 홈런을 3방이나 허용하면서 녹다운됐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장단 13안타를 맞았을 뿐 아니라 8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자멸했다. 3회 양의지의 투런포 등으로 3점을 뽑고도 대패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 투수들이 시속 160㎞가 넘나드는 강속구에 안정적인 제구까지 선보인 반면 한국은 시속 150㎞를 넘기는 투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구력은 더욱 심각했다. 한국 투수들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좀처럼 던지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도 적잖았다. 체코전에서는 폭투로 점수를 주는 일도 있었다.

타자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정후, 양의지 정도만 수준 높은 투수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였을 뿐, 나머지 타자들은 현격한 수준 차이를 보여줬다.

생소한 투수들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빠른 공에는 여지없이 방망이를 헛돌렸다. 호주전에선 경기 시작 후 13명의 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나기도 했다.

이번 WBC를 통해 암울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한국 야구는 이제 4강에 올랐던 1, 2회 WBC와 2008 베이징올림픽의 영광은 잊고, 인재 발굴과 선수 교육 및 육성 등 근본적으로 야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

중국전을 마친 이강철 감독은 “1, 2회 WBC 때는 확실하게 나갈 수 있는 1선발을 정할 수 있었다. 이번에 야수보다 투수 쪽 성적이 안 좋았다. 확실한 선발투수를 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성적이 안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중국과의 경기에서 5회말 22-2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뒤 더그아웃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