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주 장애인 이동권,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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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광주 장애인 이동권, 이대로 괜찮은가
저상버스 예산부족 고장 잦아
  • 입력 : 2023. 03.05(일) 17:59
광주시의 저상버스 도입이 지지부진하면서 장애인의 이동권이 침해받고 있다. 저상버스는 노약자나 장애인이 안전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입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인권도시’를 지향 한다면서 정작 지역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커녕 돈이 없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시간만 연장해 보겠다는 광주시의 안일한 생각이 안타깝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에서 운행되는 전체 시내버스 999대 중 저상버스는 330대로 33%를 차지한다. 더욱이 올해부터 노후화된 시내버스를 대폐차 할 경우 저상버스로 의무 교체해야 하지만 광주시의 저상버스 도입 예산은 80억 여 원에 불과하다. 대폐차 버스의 교체를 미루고 예산에 따라 순차적으로 바꿔가겠다는 게 광주시의 입장이지만 ‘돈’ 때문에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장애인의 아픔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부족한 버스만큼 저상버스에 타는 것도 힘겨운 일이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 높은 정류장 턱을 넘어야 하고 휠체어 접근을 막는 장애물을 비켜가야 한다. 버스기사를 비롯한 비장애인의 인식도 장애인에게는 높은 벽이다. 그 나마 운 좋게 저상버스가 오더라도 고장 등으로 타지 못한 경우도 많다.

민선 8기 강기정 광주시장의 공약 중 하나는 ‘따뜻하고 촘촘한 돌봄 도시’ 조성이다. 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에 필수적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한 촘촘한 돌봄 도시는 말의 성찬일 뿐이다. 당연한 권리를 빼앗긴 채 3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3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뒤 ‘버스 타는 걸 꿈도 못 꾼다’는 장애인의 체념도 ‘탁상 행정’이 만든 횡포다. 늦었지만 광주시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저상버스 확대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저상버스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로와 교통시설,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 등도 필요하다. 올해 광주시 예산은 추경을 포함해 7조 2318억 원이다. 돈이 없어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 소외된 광주는 더 이상 따뜻한 도시가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