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부드러움과 여림'… 탐구·의문·은유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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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물의 부드러움과 여림'… 탐구·의문·은유의 대상
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발표
세계 79명 작가 참여, 신작 등 공개
에드가 칼렐·구철우·이승애 등 포함
환경 등 동시대적 고민 예술적 대안
외부 전시공간 커미션·조각 등 주목
  • 입력 : 2023. 02.06(월) 17:43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헤라 뷔육타쉬즈얀 작 ‘속세에서 속삭이는 자들’/2023.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최종 참여 작가 명단이 공개됐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오는 4월7일부터 7월9일까지 94일 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예술공간 집 등에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soft and weak like water)’를 주제로 펼쳐지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참여작가를 6일 최종 확정했다.

이숙경 예술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는 세계 각지 7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또 40여점 신규 커미션과 신작이 최초로 공개된다. 지난해 9월 1차 참여작가 발표에 이어 이날 최종 발표한 작가군에는 헤라 뷔육타쉬즈얀(Hera Buyuktasciyan), 에드가 칼렐(Edgar Calel), 타우스 마카체바(Taus Makhacheva), 앙헬리카 세레(Angelica Serech) 등이 포함됐으며, 한국 작가로는 구철우, 홍이현숙, 정재철, 김영재, 이승애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다양한 해석 담은 신작 ‘눈길’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탐구, 의문, 혹은 은유의 대상으로 작용하며 다양한 신작들의 원천이 됐다. 수년간 해안도시의 생태적, 역사적, 산업적 현실을 기록하기 위해 물 주변이나 수면 아래서 소리를 녹음해온 타렉 아투이(Tarek Atoui)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한국의 지역 장인, 음악가들과 협력해 제작한 악기와 사운드 오브제 설치를 선보인다.

요코하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고이즈미 메이로(Meiro Koizumi)는 5채널 영상 신작 ‘삶의 극장(Theater of life)’(2023)을 통해 광주 내 소외된 공동체에 주목한다. 특히 작가는 1930년대 조셉 스탈린에 의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조선족 사람들 ‘고려인’의 역사를 추적한다.
고이즈미 메이로 작 ‘삶의 극장’/제작 스틸/2023.
태국 방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 타이키 삭피싯(Taiki Sakpisit)의 ‘스피릿 레벨(The Spirit Level)’(2023)은 물의 정치성을 탐구하기 위해 메콩 강 주변 주민들의 인생, 꿈, 그리고 기억을 기록한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이승애는 대규모 애니메이션과 벽화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의 작업은 진도 지역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의례로 전해 내려오는 ‘씻김굿’을 모티브로 한 벽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다.

●기존 작업 확대 신작 ‘다채’

수많은 구조적 결점을 드러낸 전지구적 팬데믹 상황에서 기획된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적 탐구와 지역사회 구축의 과정을 강조함으로써 기존 미술계의 구조를 재고한다. 홍이현숙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선보이는 신작을 통해 인간과 자연, 무생물의 공생에 대한 탐구를 계속한다. 신작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월출산 시루봉(What You Are Touching Now - Wolchulsan Sirubong)’(2023)은 영암 월출산의 암벽을 등반하는 작가의 여정을 기술한다.
홍이현숙 작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 월출산 시루봉’/영상스틸/2023.
장지아의 청사진 시리즈는 여성 신체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금지된 관습과 암묵적으로 수용된 관습 체계를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세번째 시리즈 ‘아름다운 도구들3(브레이킹 휠)’(2014)은 새로운 단계로 진전되는 작가의 개념적 여정을 담아낸다. 과테말라 산후안 코말라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카치켈족 작가 에드가 칼렐(Edgar Calel)의 신규 커미션 작업은 어린 시절 본인의 할머니와 함께 살던 집의 기억을 추적하는 드로잉이다. 에드가 칼렐은 마야 원주민 문화를 탐구하는 작품 세계를 개인적 기억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외부 전시장·공공 프로그램 ‘풍성’

이번 비엔날레에서 외부 전시 공간은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예술공간 집으로 마련됐으며 모두 무료로 개방된다. 뉴욕의 카날 프로젝트와 공동 커미션을 통해 제작된 캔디스 린(Candice Lin)의 새로운 설치작품은 한국의 전통 분청사기 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도자 조각과 공장 작업대,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구성돼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광주박물관의 도자 소장품과 함께, 리튬 전지 생산 과정에 담긴 세계화 과정과 발효와 교역을 담는 용기였던 도자 항아리의 역사를 엮어 선보여질 예정이다. 국립광주박물관 정원에서는 캄보디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핍 핏(Sopheap Pich)이 일상에서 찾은 알루미늄 집기를 재활용해 백일홍 나무의 형상을 만들어낸 조각 연작 ‘춤(La Danse)’(2022)을 선보인다.

남구 양림동에 있는 예술공간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아마존 풍경에 대한 회화적 해석을 담고 있는 비비안 수터(Vivian Suter)의 연작과 도쿄에서 활동하는 작가 모리 유코(Yuko Mohri)가 소설가 한강의 작품 ‘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장소 특정적 사운드 설치 ‘I/O’(2011-2023)가 전시된다.

무각사에서는 다야니타 싱(Dayanita Singh), 류젠화(Liu Jianhua), 흐엉 도딘(Huong Dodinh) 등의 작가들이 삶의 순환에 대해 고찰하는 명상적 작업이 전시된다. 지난 10년간 지역 작가들의 워크숍과 프로젝트를 개최해온 예술공간 집에서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사랑과 상실에 대해 반추하는 모습을 그리는 나임 모하이멘(Naeem Mohaiemen)의 영상 작업 ‘익사하지 않는 사람들(Jole Dobe Na)’(2020)이 상영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