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노영필> 동기부여의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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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노영필> 동기부여의 이중고
노영필 철학박사
  • 입력 : 2023. 01.29(일) 14:20
  • 편집에디터
노영필 철학박사
교육현장에서 칭찬과 꾸지람은 일상이다. 칭찬도 동기가 되고 꾸지람도 동기부여가 된다. 자의 반 타의 반 칭찬은 늘고 꾸지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좋게 말하면 존중이 늘어나는 것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방치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자칫 무시와 간섭이 갈등을 일으키는 부적절한 개입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충고 섞인 교사의 지적이 좋은 교육적 동기로 살아나기가 실로 어렵다. 아무리 좋은 지적이라도 받아들일 기미가 없는 학생에겐 말 한마디를 넘어 마음조차 열기 어렵다. 이런 교단 분위기에서 규칙과 질서를 이끌어가야 하는 교사들의 조종례 훈화가 얼마나 의미 있을까 싶다.

교사와 학생들 사이 절대적 상하질서는 무너진 지 오래다. 교학상장도 쉽지 않다. 학교 밖의 너무 많은 분야에서 선행학습되어 온 배움의 과정이 크기 때문이다. 학교의 평등한 문화 속에서 특히 지적 측면에서 교육적 동기부여는 무척 힘들다.

교사에게 지적할 힘이 남아있기는 한가?

지적이 이끄는 동기는 두 얼굴을 가졌다고 한다. 접근과 회피다. 꺾인 현실을 넘어 학생들에게 공부의욕을 끌어내는 동기부여는 중요하다. 반대로 도망갈 회피처를 찾는 학생들에게 “공부 좀 해라”고 말한들 어른들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 “해라, 해라”만 반복하다 어른들이 먼저 지쳐 포기하게 된다.

적절한 동기를 제공하면 아이에게는 최고의 도움이 되는 줄은 안다. 그런데 잘 안된다. 그 이유는 뭘까?

“이번에 평균 90점을 넘기면 최신 스마트폰을 사줄게.”

대부분의 어른들이 쓰는 접근 방식이다. 반대로 이럴 수도 있다.

“평균 90점을 못 받으면 용돈을 절반으로 깎자.”

이는 회피 욕구를 자극하는 유형이다.

학생의 심리적인 상황을 살피지 않고 압박감을 줄 뿐 오히려 물러설 수 없도록 한판 뜨려는 꼴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의욕을 꺾고 반감을 사 대립 감정을 키울 수 있다. 의도와 달리 부적절한 동기부여가 되고 만 셈이다. 왜 그럴까?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인 토리 히긴스(Tori Higgins)는 위의 상황을 접근과 회피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했다. 접근동기는 무언가 좋은 것을 얻기 위해, 즉 그것에 가까워지기 위해 열심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이다. 반면, 회피동기는 무언가 좋지 않은 것으로부터 벗어나거나 회피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다.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그럴 수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서로 조금씩 다르다. 어떤 아이는 부모님께 ‘칭찬받기 위해서’일 수 있고, 또 다른 아이는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서’였다면 아무리 똑같이 공부한다고 해도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칭찬받기’를 원하는 아이는 좋은 성적을 받고 난 뒤 ‘기쁨’을 느끼고, ‘혼나지 않기’ 위한 아이는 좋은 성적을 받고 난 뒤 ‘안도감’을 느낀다. 부모의 접근 전략에 따라 전혀 다른 마음의 세계를 경험하게 만든 셈이다.

공부를 자극하고자 한다면 동기가 기쁨을 얻기 위한 것인지 안도감을 얻기 위한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동기부여의 초점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아이의 학습동기가 자극받을 수 있는 접근동기가 기쁨이 될 때 스마트폰을 사주면 실효성을 얻게 된다. 반대로 안도감을 얻는 아이는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회피하고 싶은 일을 마지못해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껏 엉뚱한 동기부여를 건들어서 부모로서 교사로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본인도 알고 있는데 ”너는 다 좋아. 그런데 말투가 문제야.“라는 지적질이 되고 말 때 가르침의 효과가 반감된다.

접근 동기를 건들어줘야 하는 사람한테 회피 동기를 건드리거나, 회피 동기를 건들어야 설득이 되는 사람에게 엉뚱하게 접근 동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 적절한 동기부여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요령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 편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한 해를 만들어주고 싶다.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