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용석> 이제는 없어져야 할 ‘풍선껌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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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용석> 이제는 없어져야 할 ‘풍선껌 선거’
이용석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 차장
  • 입력 : 2023. 01.26(목) 13:50
  • 편집에디터
이용석 차장
내 기억의 첫번째 선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반장선거였다. 시골에 위치했던 우리 학교에서 반장이란 각 반의 소위 난다 긴다 하는 친구들의 인기투표의 각축장이었다. 유난히 과열됐던 그 해 반장선거에서 갑자기 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2위를 달리던 B라는 친구가 주변에 풍선껌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풍선껌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거리 중에 하나였고, 결국 그 풍선껌은 나에게까지 돌아왔다. 풍선껌을 받은 나는 B보다 더 반장‘깜’이라고 생각했던 A(당시 1위)에게 표를 주는 것을 망설였고 선거일에 결국 B에게 표를 주고 말았다. 그 결과 B는 반장이 됐고 그렇게 내 기억 속의 첫번째 선거는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다.

그 뒤로 풍선껌이 다시 생각이 난 건 성인이 돼 투표권이 생기고 난 후였다. 투표를 하기 위해 이런저런 신문 기사를 보던 중에 어느 후보가 금품을 제공해 피선거권이 박탈됐다는 기사를 보게 된 것이다. 그 기사를 보면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반장선거 때 별생각 없이 받았던 그 풍선껌이 바로 금품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 기억 속의 첫번째 선거는 결국 금품선거로 판정이 났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 조합장선거는 어떤 모습일까? ‘풍선껌’(금품) 선거의 선거사범 비율은 제1회보다 제2회 때 소폭 상승하기까지 했다. 이는 위탁을 받은 선관위가 공명선거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효과이며 이와 더불어 조합원들의 위탁선거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결국 공명선거에 대한 의식이 고취된 결과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관행적으로 받았던 금품에 대해 지금은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긍정적인 현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양한 ‘풍선껌’에 대한 신고와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조합장 후보들은 왜 ‘풍선껌’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풍선껌’을 받은 조합원들은 왜 그 후보들에게 투표를 하는 것일까? 기억을 거슬러 내가 ‘풍선껌’을 받았던 때로 돌아가 보았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나는 ‘풍선껌’을 받는 순간 B에게 일종의 마음의 빚을 진 기분이 들었다. 그 마음의 빚은 선거일까지 내 마음을 괴롭혔고 결국 B에게 투표하는 것으로 그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금품을 제공한 조합장 후보들은 마음의 빚이 생기는 것을 기대하고 조합원들은 그 후보에게 ‘투표해’ 주는 것으로 마음의 빚을 청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당선된 조합장은 결국 내 농협을 망가뜨리는 제 일의 주범이 된다. 소위 조합장‘깜’이 안되는 자질 없는 후보가 금품을 통해 조합장에 당선돼 농협을 이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농협사업의 질은 떨어지게 될 것이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결국 수십 년을 지켜온 내 농협이 망가지는 것은 정말 한순간인 것이다.

조합원들은 별 부담없이 받은 금품이 돌고 돌아 내 농협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 금품을 제공하는 후보들은 언젠가는 내 농협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나쁜 후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농협의 주인으로서 그러한 불법행위를 강하게 질책하고 선관위 등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앞으로 우리 조합장선거에서만큼은 불법선거가 자리 잡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