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 100배↑"…일본 고향세, 어떻게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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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13년만 100배↑"…일본 고향세, 어떻게 성공했나
고향사랑기부제 본격 개막 ③
원조 고향세, 성공 내막 살펴보니
시행 14년만 기부금 8조 훌쩍 넘겨
히라도시 '지역 브랜드' 전략 강화
미나미아와지시, 특산품으로 전국 입소문
"전남 지역 실정에 녹여 벤치마킹해야"
  • 입력 : 2023. 01.15(일) 17:35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미나미아와지시의 명물인 양파 조형물. 미나미아와지시 제공
지난 1일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순항하고 있다. 시행 2주 만에 전국 곳곳에서 기부자 행렬이 이어지면서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난 2008년 일본에서 시행된 ‘고향세(후루사토 납세)’ 제도를 롤모델로 한다.

우리나라보다 한 발 먼저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지방 소멸 위기를 경험한 일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향세를 도입했다.

어느새 도입된 지 14년째, 일본 총무성의 ‘고향 납세에 관한 현황 조사’에 의하면 2021년도의 고향납세(이하 고향세)의 총액은 약 8302억엔(한화 8조691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약 1.2배라는 대폭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건수는 약 4447만 건으로 약 1.3배 증가했다.

고향세가 시작된 2008년도만 하더라도 약 800억원이었던 기부액이 2021년도 들어 약 8조원에 이르기까지 공제의 확충, 수속의 간소화 및 답례품의 충실 등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원 앤 온리(one and only)’ 우리 지자체만의 스토리 생산

일본의 성공사례를 보면 지자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더 명확해진다. 나가사키현에 위치한 히라도시는 지난 2014년 세수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7억8000엔이었던 기부금은 그 다음해인 2015년 32억엔, 2016년에는 33억엔을 기록했다.

크고 작은 40여 개의 섬, 2022년 기준 2만9268명으로 3만명도 채 되지 않는 이 섬이 일본 본토 내 고향세 1위를 차지하게 된 비결은 ‘스토리 텔링’과 ‘답례품의 다양화’였다.

히라도시는 ‘팔리는 상품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구성’하는 전략에서 ‘히라도산만 취급한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가격과 관계없이 품질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변경하도록 했다.

정시·정량 공급이 필요한 ‘상품 브랜드’ 전략에서는 ‘히라도 코너’ 설치를 통해 계절별 소량 다품목을 제공하는 ‘지역 브랜드’ 전략으로 전환을 결정하기도 했다.

상품 가치는 시장가격으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에 따라 생산자의 애착과 역사·환경 등에서 착안한 상품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홍보를 결정한 것이 크게 한몫했다.

시는 카탈로그를 단순한 상품 소개 자료에서 즐겁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해 기부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고 그 감정이 곧 기부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답례품 일부는 계속해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전환해 ‘답례품’을 일회성 거래에 그치지 않게 하고, ‘적립의 즐거움’을 만들어 오랜 기간 교류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이어갔다.

기부자의 선의를 바라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스토리, 게임성으로 고향세 전략을 전환한 셈이다.

미나미아와지시의 명물인 ‘양파 오두막’. 미나미아와지시 제공
●전국 최고 ‘특산품’으로 기부자 환심

미나미아와지시는 효고현 남쪽 아와지섬의 최남단에 위치한 곳으로, 미나미아와지시는 둘러싸여 있고 농업과 어업이 발달해 있다.

총 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약 4만6447명이다. 고령자 비율은 34.9%로 전국 평균 28.24%보다 높으며, 아동 비율은 11.6%으로 전국 평균 12.1%보다 낮아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곳이다.

전남의 일부 지자체들과 상황이 비슷한 이곳은 지난 2016년 33억엔에 달하는 고향세를 걷어들였다. 5년 뒤인 2020년에도 25억엔이라는 큰 기부액을 유지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고향세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효고현에 위치한 이 작은 지역이 고향세 성공사례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양파’ 하나 때문이다.

미나미아와지시는 평균 기온이 양파를 키우기에 알맞은 온도인 16도이며, 토양에는 바다의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돼 양파의 매운맛을 적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명물인 ‘양파 오두막’에 매달아 놓고 자연 바람으로 천천히 건조해 더욱 당도가 강해져 거의 과일 당도 수준인 10%의 당도를 자랑한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 조생 품종, 수확 후 저장해두면 단맛 성분이 더해지는 만생 품종 부터 극조생과 중생 품종까지. 일 년 내내 맛있는 양파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일본 본토 기부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미야코노조시의 고향세 답례품 중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소고기. 미야코노조시 제공
●기부자 선호에 맞춘 ‘선택과 집중’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의 남서쪽 끝에 있는 도시인 미야코노조시도 고향세 덕을 톡톡히 본 지자체 중 한 곳이다.

총 인구는 2021년 기준 16만3571명으로, 고령자 비율은 31.4%로 전국 평균 28.24% 보다 높으며, 아동 비율은 13.8%로 전국 평균 12.1% 보다 높은 중소도시다.

미야코노조시는 2015(28만여건, 42억엔)년에 이어 2019(50만여건, 106억엔)년, 2020년(60만여건,135억엔) 연속으로 일본 최고의 고향세 건수와 금액을 기록했다다. 그 배경에는 지난 2014년 미야코노조시의 이케다 시장이 답례품을 고기(소, 돼지, 닭)와 소주에 한정시킨 전략이 있었다.

미야코노조시는 고기와 소주 생산량이 전국 1위라는 강한 장점을 가진 지자체다.

시는 관내 가장 큰 주조사인 기리시마주조(霧島酒造)의 ‘쿠로기리시마(黑霧島)’의 브랜드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토리를 발굴하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100만엔을 기부하면 365병의 소주(1.8리터)를 송부한다는 기획상품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고, 실제로 100만엔이상의 고향납세 기부를 22건 모집하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고기와 소주 축제를 월 2회, 토요일 오후 6시에 진행했으며 이는 동시에 인터넷에서도 개최했다. 그 결과 축제가 시작되자마자 180건의 고향세 납부 신청이 있었고, 그중 인기상품은 몇 분 만에 완판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고향사랑기부제 관계자는 “고향사랑기부제와 고향세는 각각 시행되는 국가가 다른 만큼 그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를 고향세에서 착안해 온 만큼 공통점도 존재한다”며 “고향세가 14년이나 먼저 시행된 만큼, 다양한 성공사례와 실패, 그리고 그에 대한 분석 자료가 축적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지역과 유사한 일본 지차체의 사례를 조금씩 참고하되 본연의 특색을 살린다면 분명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성공적인 제도로 안착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