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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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김장연대'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3. 01.15(일) 14:20
박성원 편집국장
우리 전통 문화인 ‘김장’은 겨울 밥상에 올릴 저장용 김치를 입동(入冬) 전에 많이 담가 두는 일이다. 김장에는 평소 보기 힘든 가족과 이웃들이 한데 모여 담근 김치를 서로 나누며 유대를 강화시키려는 한국인의 지혜가 담겨 있다. ‘김장 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3월8일 당 대표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에서 ‘김장’이란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 간의 이른바 ‘김장연대’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을 얻어 ‘윤심(尹心)’주자로 발돋움하려는 김 의원을 ‘친윤계’(친윤석열계)의 핵심 장 의원이 적극 돕고 있는데, 두 의원의 성(姓)씨를 조합해 만들어진 표현이다. 얼마 전 친윤계 좌장격인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김장연대에 더욱 힘이 실린 모양새다. 안철수, 윤상현 등 경쟁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윤심을 등에 업은 김장연대가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건 사실이다.

‘연대’라는 단어가 사용됐지만, 김장연대는 진정한 의미의 연대, 즉 정치적 협력으로 보기 어렵다. 두 의원의 정치 이력은 물론 정책과 비전에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데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당내 계파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정치세력의 연대를 무조건 나무라고 싶진 않다. 정권이나 당권을 쥐기 위해 같은 노선의 정파들이 연합하는 것은 정치 선진국에선 흔한 일이다. 다만 대한민국의 정치 연대는 부정적 결과를 낳은 사례가 많았다. 선거가 임박해 정치세력들이 합종연횡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성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특히 우리의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후보단일화나 정치세력의 연합은 지지기반이나 이념과는 상관없는 짝짓기가 많았다. 순전히 정권 또는 당권 획득이란 목표 아래, 이질적인 세력들이 일시적으로 손을 맞잡았던 경우다.

‘김장연대’ 역시 합당한 명분 없이 당권과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쥐기 위해 급조된 연합체라는 느낌이 든다. 이들에게선 당의 진로와 정책, 대야 관계 설정 등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눈 앞의 이익만을 겨냥한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기현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나 정치인으로서의 능력보다 정치적 연대만으로 당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장연대의 성적표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