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나카타시에 소재한 공진수산 무네오카 켄이치씨. 켄이치씨는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어류 가공품을 무나카타시의 고향세 답례품으로 납품하고 있다. |
후쿠오카시와 기타큐슈시 등 후쿠오카현의 대도시 사이에 위치한 무나카타시는 일본 선사시대부터 문화가 번성했던 곳으로 예로부터 주변국과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제철사업의 활성화로 전성기를 누렸던 과거 키타큐슈시와 상업도시인 후쿠오카시의 중간에 위치한데다 교통 접근성이 좋아 베드타운으로 개발돼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고의 공업도시였던 기타큐슈의 쇠락과 함께 무나카타시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거주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주택의 노후화 등으로 도시 전체가 슬럼화되고 만 것.
이에 무나카타시는 퍼져있던 주요 주택단지를 연결해 집중형 도시로 재건설하면서 ‘무나카타판 집약형 도시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10만명도 채 안 되는 중소도시인 무나카타시의 1년 재정은 300억엔, 한화로 약 3000억원이다. 이처럼 적은 예산으로도,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고향세’(후루사토 납세)였다.
지난 2021년 기준 무나카타시에서 고향세로 걷어들인 기부액은 약 13억6700만엔, 한화로 131억2100만원이다. 고향세로만 얻은 기부액이 기존 예산의 약 8%를 차지하는 셈이다.
당초 베드타운으로 조성됐던 중소도시가 고향세만으로 131억원에 가까운 기부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체계적인 업무 분담과 구체적인 특정 사업별로 기부자를 모으는 ‘거버먼트 크라우드펀딩’(GCF·Government Crowd Funding) 기부를 통한 투명성이 있었다.
무나카타시에서 고향세 업무를 담당하는 나카무라 료스케씨는 “7년 전인 2016년만 하더라도 7억990억엔에 불과했던 고향세 기부액이 2017년 들어서면서 10억엔 대로 큰 폭으로 늘게 된 것은 무엇보다 GCF를 통한 기부 모집의 덕이 컸다”며 “뿐만 아니라 지난 2021년부터 ‘고향기부추진실’을 신설해 체계적인 업무 분담을 한 것도 최근 기부금이 크게 늘어난 것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4월부터 무나카타시는 ‘고향기부추진실’을 신설해 전화 대응, 수령증 발급, 원스톱 접수 처리, 답례품 등록 등 고향세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이다. 총 8명(고향기부추진실장, 계장, 계원 등 정직원 3명, 콜센터 파트타임 직원 5인)의 인원이 콜센터·수령증 발급 업무 등을 도맡아 용역을 축소하기도 했다.
또 현재 일본에는 전국 각지의 답례품을 소개하고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기부를 받는 사설 플랫폼이 40개 이상 존재한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후루사토 초이스’는 일본 최초의 민간 플랫폼으로, 일본 내 대부분의 지자체가 등록돼 있다.
무나카타시 도시재생과 나카무라 료스케씨가 고향세 답례품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료스케씨는 “일본의 고향세는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일본의 고향세는 기부자가 어차피 내야 하는 세금을 특정 지역이나 GCF를 통한 프로젝트에 납부하면서 세액공제를 받게 되고, 지자체는 결국 그 세금을 걷어들여 곳간을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보편적인 개념의 세금은 걷어들이는 방법은 공개됐었지만 납세자는 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며 “하지만 GCF 도입 후에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세금을 통해 진행한 프로그램이나 사업 등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 운용의 투명성이 높아 기부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나카타시는 이외에도 리피터(재기부자) 유치를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무나카타시에 최근 5년간 2회 이상 기부한 사람은 5만2053명으로, 전체 기부자(약 25만명) 비율 중 약 20%를 차지한다.
료스케씨는 “일본은 처음 고향세가 도입된 지 약 15년이 지났다. 과도기를 지나 안정기에 들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새로운 기부자, 곧 새로운 시장의 영역이 좁을 수 밖에 없다”며 “때문에 신규 기부자 유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존 기부자의 수치를 유지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향세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난 만큼 기부자의 안목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료스케씨는 “가성비 높은 답례품을 찾는 기부자들의 성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질 높은 특산품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하지만 확실히 해야 할 부분은 높은 단가로 답례품 공급업체에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질은 높이고 단가는 낮추기 위한 지자체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보다 먼저 답례품보다는 기부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 지자체만이 가진 차별화된 셀링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나카타시의 고향세 답례품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특산품 딸기.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