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
먼저 할머니가 선발 대원이 되어 빙판으로 변한 길중 얼음이 녹은 지점을 일일히 확인한 뒤 길 한 편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남편에게 오라는 손 짓을 하고, 두 손을 부여잡은채 길이 4m, 폭 3m 될 성 싶은 ‘마의 구간’을 벗어났다.
계묘년 새해 벽두인 지난 5일 오전 광주 도심 거리 풍경중 한 장면이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최심 적설량 40cm 기록한 광주지역이 폭설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 동안 내려 쌓인 눈을 뜻하는 신적설량도 17년만에 최대 기록을 찍을 정도로 역대급이어서 시민들의 불편도 가히 역대급이지않을까 싶다. 눈이 그친지 보름이 다되어가고 있지만 한파가 이어지면서 도시 전체 길옆엔 치워둔 눈(얼음조각) 투성이다. 아울러 볕이 잘 들지 않은 응달진 상가 건물 앞 보도와 아파트 뒤편 주차장 곳곳이 치우지 않은 눈이 얼어붙은채로 뒤덮여 있다. 최저온도가 영상으로 돌아서지 않을 경우 이런 특별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이처럼 한 차례 폭설로 인해 보행과 차량 이용에 불편이 장기화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폭설과 한파 등 이상기후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제설작업에 나선 지자체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이는 광주 한 동네는 동사무소가 포크레인 장비를 동원해 주택가 널찍한 골목길 빙판을 걷어내는 모습을 목격한 경험을 토대로 한 유추다. 하지만 지자체 공무원이 눈치우는 일만 하는 것도 아니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눈치우기 참여 부족탓도 한 몫했다고 본다. 고령이거나 거동이 불편해 자기집앞 눈을 제때 치우지 못하는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테지만 상당수의 상가앞 보도가 여직껏 빙판 상태인 점은 쉽게 수긍할 수 없다. 자기 자신과 점포를 찾는 고객을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나 일반 행인을 위해서 잠깐 짬을 낼 수가 없었는지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집앞 골목길과 점포앞에 현재까지 마의 구간이 존재한다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자격을 가늠케 해주는 흔적을 남긴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시민 의식,공감력 부족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흔적을 빨리 지우기를 바란다. 눈은 내린 직후나 녹을때 치우기가 쉽다. 한 번 얼어붙으면 중장비와 곡괭이, 정이나 쇠망치 등과 같은 장비가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겨울이 꽤 많이 남아있어 앞으로 눈이 내릴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 있어 우려된다. 보다 살기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는 광주 지자체들도 적극 행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광주지역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2005년~2006년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를 정하고 주민 스스로 집 앞 도로나 골목 눈을 치우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마의 구간이 있는 곳부터 우선해서 조례 홍보를 하면서 마의 구간을 사진에 담아 시민 의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수 있는 근거로 남기면 어떨까. 이럴 경우 빅데이터를 제설 행정에 활용할 수도 있고 시민 동참 유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꼰대 심리가 발동하는 요즘이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