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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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기회의 땅' 아르헨티나
  • 입력 : 2022. 12.19(월) 16:30
  • 이용환 기자
이용환 문화체육부장.
"오직 엄마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을 걷고 또 걸었다." 19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된 이탈리아 동화작가 에드몬드 데아미치스의 '엄마 찾아 3만리'에 나오는 주인공 마르코의 이야기다. 식량과 생필품이 바닥난 이탈리아.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을 정도로 가난했던 마르코는 돈을 벌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난 엄마를 찾아 무작정 대서양을 건넌다. 우여곡절 끝에 작은 농장의 가정부로 일하는 엄마와 재회한 마르코. 그가 만난 아르헨티나는 부와 풍요가 넘치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1인당 국민 소득이 세계 10위에 드는 부자 나라였다. 아르헨티나의 부의 원천은 소였다. 어딜가나 펼쳐진 드넓은 초원에는 방목하는 소가 넘쳐났고 이 소를 판 돈으로 경제는 해마다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913년에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남미 최초의 지하철을 건설할 정도로 황금기를 구가했다. 촘촘하게 짜인 도로망과 천연자원도 풍부했다. 많은 유럽인도 '기회의 땅' 아르헨티나를 꿈꾸며 마르코의 엄마처럼 대서양을 건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황금기는 여기까지였다. 1930년 불어닥친 세계 대공황으로 위기에 빠지고 군부 쿠데타 등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경제가 추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도 여러 차례 받아야 했다. 1940~1950년대 집권한 후안 페론 대통령과 부인 에바 페론의 실정도 외국 자본의 이탈을 부채질했다. 현재 공식 환율도 1달러에 140페소지만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블루환율'은 달러당 300패소에 이른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물가가 폭등하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시민들도 곳곳에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이 19일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아르헨티나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의 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경제는 불안하고 정치도 안갯속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원동력은 신뢰하고 협력한 선수들의 힘이다. 정치와 경제도 축구와 비슷하다. '기회의 땅' 아르헨티나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인과 경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르헨티나의 지도층이 대표팀 선수들에게 여러 수를 배워야 할 것 같다.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