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 장애인 e스포츠 한마당이 22일 조선대 광주e이스포츠경기장 메인경기장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넥슨의 카트라이더 경기를 펼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눈이 많이 오더라도 찾아 와야죠. 장애인들을 위한 대회는 처음이잖아요. 오늘 행사 너무 뜻깊고 좋았습니다."
거센 눈보라가 날리는 궂은 날씨가 지속되던 22일, 광주 동구 서석동에 위치한 광주e스포츠경기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2022 장애인 e스포츠 한마당' 참가를 위해 찾아온 관객들로 가득했다.
22일 광주아시아e스포츠센터에 따르면, 장애인 e스포츠 한마당은 지역 내 e스포츠 성장에 비해 장애인들의 대회 접근성이 높지 않았다고 판단, 이들에게 e스포츠 문화 확산과 활성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 주최·주관은 문화체육관광부·광주시·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아시아e스포츠센터다.
관객들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기대감을 표출했다. 특히 '호남권역 최초의 장애인 e스포츠 대회'라는 점에서 몹시 큰 호응을 얻었다.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혜영(42) 씨는 "우리 세대에게는 'e스포츠'가 무척 생소하다. 되레 게임을 하다 '폭력·중독성'을 띄지 않을지 걱정할 정도"라며 "그러나 수개월 전 아들이 우연찮게 e스포츠를 접하고 나서 이전보다 차분해지고 스스로 (e스포츠) 공부를 하는 등 많은 변화를 보였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가 e스포츠에 재능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지역 내에는 장애인 e스포츠 대회나 교육·상담을 받을 곳이 없었다"며 "이번 기회가 그래서 정말 소중하다. (대회를 통해) 아들이 실전 경험도 쌓고 확실한 진로를 탐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회에는 철권·인디게임·닌텐도wii·휴식 공간 등 기존에 비해 즐길거리들이 많이 준비됐다. 휠체어 리프트 등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가족과 함께 로비에 마련된 체험 공간을 즐기던 박준우(14) 군은 "e스포츠 선수가 꿈일 만큼 평소에 e스포츠를 즐겨 한다. 오늘은 꼭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싶어 어머니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며 "대회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참 좋았다. 여기에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박군의 어머니는 "현재 아들을 e스포츠 선수로 키워도 될 지 굉장히 고심하고 있는 단계"라며 "오늘 행사를 통해 장애인e스포츠 경기에도 굉장히 많은 종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울러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들도 잘 갖춰져 있어 너무 놀랐다. e스포츠 대회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메인 무대가 열리고 있는 'e스포츠 주경기장'에서도 이러한 열기는 계속됐다. 눈앞에 펼쳐진 고해상도 대형 LED 전광판 등을 본 관객·선수들은 "와~!"하고 놀라며 입을 '떡' 벌리기도 했다.
의자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큰 전광판에 비춰진 캐릭터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와 탄식을 보냈다. 여기에 해설진들의 감칠맛 나는 입담까지 더해지니, 보는 이들의 손에는 연신 땀이 흐르기도 했다.
관객석에서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보던 함평 영화학교 학생은 "저기 나와 있는 선수가 내 친구다"며 "같이 게임하던 친구가 저렇게 큰 무대에서 경기를 하고 있으니 괜스레 내가 더 긴장된다. 친구는 떨지 않고 잘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응원단의 열렬한 성원이 있었지만,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긴장감이 너무 컸다'며 아쉬워했다.
카트라이더 종목에 참여한 백찬주(14) 군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데, 아쉽게 3위로 마감했다. 관객석에서 어머니가 응원을 많이 해줬는데…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 처음이라 너무 떨었다"며 "다음 대회에는 잘 준비해서 더 좋은 결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으로 우승까지 차지한 양승주(20) 씨는 "중학생 때부터 프로게이머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가 없어 항상 무대를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한동안 잊고 있었던 '희열'을 느꼈다. '장애인들도 이렇게 재밌게 즐길 수 있고, 상도 받을 수 있구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대회들이 많이 생겨 앞으로 장애인들도 당당히 게임할 수 있고 잘한다는 것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성황리에 대규모 오프라인 대회를 마친 주최 측은 '장애인 e스포츠 활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아시아e스포츠산업지원센터장은 "광주는 e스포츠 인프라가 굉장히 좋은 곳이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나 지원은 미비한 상태"라며 "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자체와 e스포츠센터가 더욱 고민하고 장애인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