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논설실장 |
대구시와 광주시가 지난해 5월 영호남 교류 확대와 도시발전 차원에서 2038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선언하고 제반 절차를 쭉 밟고 있는데 느닷없이 공론화가 가로막고 나섰다. 대구시의회가 개최도시 신청 유치안 상정 보류에 광주시의회는 정무창 의장의 직권으로 상임위 통과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대구시의회가 보류하니 광주시의회도 옳거니 응답한 꼴이다. 민선 7기에서 의회 설득을 제대로 안했으니 그냥 통과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지난 제8대 광주시의원이었던 정 의장은 유치 반대라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이대론 못해"라는 어깃장을 놓았다. 건전 재정을 걱정한다고는 하나 존재감 부각 그 이상도 아니다.1년 6개월전 양 시 공동추진단이 발족됐을때 양 지역 국회의원, 시의회, 시민단체들이 유치추진위원으로 활동했음에도 이제사 반대 목청의 시추에이션은 설명이 안된다. 이들의 행동을 행간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갑툭튀'격인 사태는 양 지역 단체장들의 엉거추춤한 태도에서 어쩌면 당연했다. 전임 집행부에서 공동 지역발전 차원으로 기획한 메가 스포츠대회 유치에 대해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한 채 주판알만 튕겼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그러는 사이 양 단체장들이 원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대구시와 광주시의 동행은 민선 8기에서 양 지역민들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기고 달빛동맹의 열차도 멈춰서야할 순간에 놓여 있다. 앞으로 영호남이 교류를 한다고 한들, 과연 얼마나 믿고 공동의 목적을 공유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들수 밖에 없다.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의문부호를 달고 접근하는 현실이 된다면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업무 추진 일정상 이달말로 신청서 제출 데드라인을 잡았던 광주시로서는 시의장의 거사에 당혹스럽고 답답한 분위기다. 그동안 1년 6개월동안 쏟아부은 행정력, 예산, 행정력에 대한 신뢰도 훼손 등의 우려는 물론 정치적 해석의 빌미까지 주게돼 속앓이를 하는 심정이다.
최근 물밑에서 공동 개최 전선에 변함이 없음을 서로 확인한 양 지자체로서는 사실상 올해 신청서 제출은 물건너간 상황에서 손에 잡히지도 않는 공감대 형성이라는 전제조건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는 숙제이다.
관련법령에 따라 시의회의 개최 계획에 대한 의결이 없으면 유치 자체가 불가능하다. 관련법령에는 양 시가 문화체육부장관에게 대회 개최 계획서를 제출하기 전에 유치 여부에 대한 지방의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개최 계획서에는 대회 명칭, 개최 준비일정, 대회 개최에 따른 총사업비 재원 조달계획, 기대 효과 등을 담아야 한다.
2038아시안게임은 특정 정치세력 이익을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고 영호남 화합과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메가 스포츠 프로젝트이다. 대회 개최의 주요 인프라인 경기장은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는 콘셉트다. '경기장 신축 제로'로 대표되는 계획안임에도 의회와 시민단체가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시의장과 시민사회단체의 자기정치라는 날선 비판부터 호사가들의 다양한 논평도 끊이지 않을 만큼 핫이슈가 되긴 했다.
양 시의회에서 급제동이 걸린 2038아시안게임 유치계획서 얼개를 들여다보면 개최 비용은 총 1조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광주시는 30% 국비지원과 각종 수입 등을 고려해 2300억 정도 들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운영비가 2287억원을 감안하면, 종합대회 규모로서는 적은 액수다. 경기장을 새로 건립하지 않고 기존 시설을 활용하기에 투자액보다 기대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회 개최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1차 연구에서도 경제적 효과 분석이 1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어느정도 경제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로선 체육시설 노후화로 시비를 들여 보수를 해야할 판인데, '도랑치고 가재 잡는 식'으로 일석이조라는 계산이다. 세계 국제대회 유치 흐름도 단독보다 인근 지자체와의 공동유치 추세가 눈에 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나 OCA(아시아 올림픽 평의회) 등 국제 스포츠기구의 대회 개최지 선정에 있어 주요 항목으로 저비용과 고효율,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기여에 가장 부합하는 것을 따진다. 유니버시아드, 세계수영대회, 세계육상대회를 개최한 대구시와 광주시로서는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구축한 시설 리노베이션을 통해 도시 활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광주의 경우 국제 스포츠 마이스도시로서 목표 설정도 가능할 것이다. 도시브랜드 상승은 그냥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광주의 미래 먹거리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그동안 축적해온 스포츠도시 위상을 기반으로 변화의 모멘텀으로 삼을 수 있는데 굳이 외면할 이유는 없다.
생활체육 인구 1000만명 시대에서 2038아시안게임 경기장은 시민복지 차원의 공공재로서 중요한 기능이다. 무엇보다 달빛동맹 아시안게임은 광주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아시안게임과 대구의 섬유 컬러산업을 개폐회식에서 구현, 도시 경쟁력을 높일 기회다.
이름도 아름다운 달빛동맹으로 2038년 달구벌과 빛고을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려야 할 명분은 열손가락이 부족하고, 선수단과 관중을 실어나를 대구~광주간 셔틀이될 달빛철도는 씽씽 달리도록 해야한다.
2038아시안게임 최종 수혜자는 양 쪽 지역민이다. 비용 문제가 아니라 큰 그림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그렇기에 집행부는 아시안게임이 스포츠를 넘어 도시재생과 시민복지 차원에서 필요함을 시민들에게 설득에 나서야 한다. 특히 어떤 절차에 앞서 홍준표·강기정 시장이 조속히 만나 대회 유치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각설하고, 16년 뒤 손자와 함께 달빛열차를 타고 각국 선수단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날들이 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