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차장은 괜찮나요?" 포항 침수에 시민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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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우리 주차장은 괜찮나요?" 포항 침수에 시민들 '우려'
포항 사태… 2년 전 악몽 떠올라||당시 북구 아파트도 폭우 휘말려||차량 63대 물에 잠기고 배수 3일만에||전문가 “위험성 등 선제 조치 필요”
  • 입력 : 2022. 09.07(수) 17:15
  • 강주비 인턴기자
해병대 특수수색대와 중앙119구조대원이 7일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된 포항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현장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 7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역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광주의 경우, 지난 2020년 여름 장마기간만 54일을 기록한 역대급 집중호우로 북구 신안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시 대처해야 할 지하주차장 침수 관리방안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7일 포항 주차장 침수 소식에 광주 북구 신안동의 모 아파트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지난 2020년 8월8일 인근 서방천이 범람하면서 순식간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주민 차량 63대와 전기·배수설비시설 모두 물에 잠겼다. 당시 관리사무소는 포항처럼 '차를 빼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지하주차장 입구 둑을 높이는 공사를 진행했으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상시 준비해 놓고 있다.

광주시 역시 상습 범람천 중 하나인 서방천을 대상으로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한 개수공사를 진행 중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2년 전 침수피해도 이번 포항 사고와 똑같았다. 10분 만에 물이 찼다. 우리는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포항 사태의 경우 솔직히 막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며 "지하주차장은 배수관을 만들 때부터 폭우나 침수가 아닌 누수에 대비해 만들어 진 것이다. 규격 자체가 작다 보니 시간당 200㎜씩 오는 폭우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현행법에는 지하주차장에 배수구와 배수펌프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가장 중요한 배수 용량에 관한 규정은 없다. 또한, 아파트는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지자체의 관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포항의 사례처럼 아파트 바로 옆에 하천이 위치하는 등 위험 요소가 분명해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사전 점검이나 조치를 취할 명분이 없다는 뜻이다. 즉, 지하주차장 침수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여기에 재난 대응 매뉴얼도 부재한 상태다.

광주시 관계자는 "자연재난 발생 시 적용되는 공통적인 안전 매뉴얼은 있지만, 지하시설에 대한 매뉴얼이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더불어 구조 활동에서 준수해야 할 규칙을 담은 소방 당국의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도 여러 사고·재난에 대한 매뉴얼이 혼재 돼 있고, '침수'에 관련한 지침은 단 몇 줄에 그쳐 세부적인 재난 대응 매뉴얼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를 막으려면 관련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번 포항 침수 피해에서 주목할 것은 '구조적 문제'다. 건축 심의·허가 과정에서부터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 점검을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침수 등 재난에 대한 사전 대비를 위해 현행 건축법에 부재한 '방재'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고 사전적 예방을 강조했다.

최명기 동신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005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침수 위험이 크다. 구축 아파트는 배수 시설과 펌프의 개수도 많지 않고, 용량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면서 "당시에는 큰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시간당 20㎜ 가량의 비를 배수할 수 있게 설계해 놓았는데, 만약 폭우나 태풍으로 인해 시간당 100㎜ 이상의 비가 쏟아지면 빠져나가는 비의 양보다 들어오는 양이 더 많아지게 돼 침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배수로 용량을 충분히 갖추고, 차수막 등 임의 시설을 설치해 지하주차장에 비가 들어가지 않게 막아야 한다. 만약 비가 들어왔다면, 배수 펌프를 이용해 빠르게 물을 빼내는 방법밖에 없다"며 "각 아파트마다 침수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배수 펌프 추가 설치, 용량 확대 등의 조치를 미리 해 두어야 한다. 또, 침수 시에는 지하에 있는 변전실도 물에 잠기게 되는데, 전력이 끊기면 배수 펌프도 작동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포항 인덕동 한 아파트에서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총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아파트 관리소의 안내 방송을 듣고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를 이동하러 갔다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생존자는 2명으로, 다른 7명은 안타깝게 사망했다. 생존자들은 물에 잠기지 않은 이른바 '에어포켓' 공간을 통해 물속에서 장시간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