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대통령인 고 노태우 씨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지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전두환 사망 소식에 범여권과 정부에서 국가장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진은 노태우 장례 모습. 뉴시스 |
국가장법상 국가장은 전·현직 대통령이거나 대통령 당선인,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에 해당할 경우 치를 수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한다. 전씨의 경우 청와대와 정부 등에서 국가장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전두환 사망에 대하여 민주당은 조화, 조문, 국가장 모두 불가하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그러면서 "그의 생물학적 수명이 다하여 형법적 공소시효는 종료되었지만, 민사적 소송과 역사적 단죄와 진상규명은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광주·전남·북 국회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마 전두환이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장의 예우를 받는 일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전씨의 국가장은 가능,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총칼로 유린한 살인자에 대한 심판이자 절대 악의 처벌을 통한 역사적 단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대통령 예우 자격을 박탈당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는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가장을 결정했다. 당시 정부는 "노 전 대통령에게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한 점,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씨는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노 전 대통령과 달리 군사반란을 통해 집권했다. 또 임기 중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부정축재 등 저지른 역사적 과오가 크다. 생전에 추징금을 완납하지 않았고, '광주학살'에 대해 반성이나 사죄한 적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장으로 치러질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8일 "저희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고 본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는 국가장이나 심지어 국립묘지 안장이나 이런 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씨의 국가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부겸 총리도 지난 8일 국회에 출석해 "그분(전두환)은 사건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역사 화해를 위한 용서를 빌거나 과오를 시인하는 것들이 없었다"며 국가장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치러진 국가장은 두 번 있다. 2015년 11월 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올해 10월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이전에는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으로, 최규하·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진행됐다.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국민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렀다. 그러나 국장과 국민장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논란이 거듭돼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를 계기로 국장·국민장을 별도 구분하지 않고 국가장으로 장례 절차를 통합했다.
전씨의 국립묘지 안장도 불가능하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전씨 국립묘지 안장 여부와 관련해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보훈처는 "국립묘지법 제5조4항에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 제1항 제2호 등에 해당하는 죄로 실형을 받은 경우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전두환 전대통령은 내란죄 등의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도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르긴 했지만,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상 국가장으로 장례된 사람으로 국립서울현충원 및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대상자였지만, 내란죄를 저지른 자는 안장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에 따라 안장되지 못했다.
한편 전두환씨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전 대통령의 장례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치를 것이고 (유해는) 화장할 예정"이라며 "'북녘땅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 남고 싶다'고 했다. 4년전(2017년) 발간한 회고록에 남긴 글이 사실상 유서"라고 말했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