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24>삶의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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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24>삶의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예술
  • 입력 : 2021. 10.24(일) 17:08
  • 편집에디터

국내 최고의 사립 미술관, 삼성 '리움미술관'이 지난 10월 8일에 재개관했다. 표면적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공식 휴관했다가 1년 7개월 만에 문을 여는 것이다. 해외 유명 예술가들이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리움(LEEUM)에 꼭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을 정도로 세계적 명성(리움로망)을 가졌으며 그 자체로도 리움은 한국 미술계의 대표 문화예술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칼럼의 주제였던 세계적 기증 '이건희 컬렉션'의 이야기 이후, 최근 리움미술관의 재개관 역시 동시대 현대미술계 현장에서 예술의 다각적 이슈라는 공통점을 던져준다.

이번 리움의 재개관은 2004년 설립 이후 '리움미술관'이 17년 만에 내부 전시장 리모델링은 물론 자체 운영 프로그램 및 방향과 정체성 등을 재정비하고 끊임없는 변화하는 시대와 함께 도약하겠다는 슬로건을 제시하였다. 홍라희 관장 사임 이후 좀 더 영Young한 에너지의 2세 운영위원장 이서현 체제로 전환하며 '제2의 도약과 새로운 공감과 소통'의 출발을 알리는 행보라는 점에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리움미술관의 현재 전시는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고미술 상설전시(M1), 현대미술 상설전시(M2), 현대미술 기획전시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이다. 특히 기획전시 <인간, 일곱 개의 질문(Human, 7 Questions)> 에 전인류가 팬데믹을 비롯한 여러 위기에 봉착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기술적으로 급변하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관점을 인간의 시도와 예술이라는 근원적 주제를 묻고 있는 기획 의도가 담겨있다. 이에 선보이는 주요 작품들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조지 시걸(George Segal), 로버트 롱고(Robert Longo), 론 뮤익(Ron Mueck)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 예술가들의 다양한 장르 작품들이 구성되었다.

리움의 기획 전시 <인간, 일곱 개의 질문(Human, 7 Questions)> 작품 중에서 관객들에게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론 뮤익(Ron Mueck)의 거대한 얼굴 작품을 마주하고 스케일은 물론 마치 실제의 모습을 보는듯한 사실적인 디테일을 접하는 순간 모두들 압도하며 감탄하게 만든다. 그는 작업세계와 작품은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알아보고자 한다.

론 뮤익(Ron Mueck)_MaskⅡ_혼합재료_2001년_©리움미술관

론 뮤익(Ron Mueck)은 1958년 호주 출생의 하이퍼 리얼리즘 조각가로 활동하며 인간의 삶과 죽음을 주제를 조각으로 표현하는 예술가이다. 여기에서 *극사실주의,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는 주관을 극도로 배제하고 사진처럼 극명한 사실주의적 화면 구성을 추구하는 예술양식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전반까지 미국과 유럽의 회화 장르를 중심으로 유행했으며, 슈퍼리얼리즘(superrealism),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 래디컬리얼리즘(radicalrealism)으로도 불린다. 인물을 사진처럼 자세하게 그리던 회화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몸을 실제처럼 재현하는데 치중했던 조각가들에 의해 극사실주의 조각이 시작되었고 레진, 플라스틱, 실리콘, 섬유 유리 코팅(Fibre Glass) 등과 같은 새로운 산업화 재료들이 예술(Art)에 사용되면서 인체를 더욱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이퍼리얼리즘은 그 실체가 진짜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속임수이지만, 그 안의 본질은 'Hyper'(*하이퍼: 비격식, 과도하거나 지나침)라는 어원의 의미에서 암시하듯 인체의 모공과 주름까지도 세밀하게 표현된 피부. 즉 현실 속-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실제처럼 보이는 환상을 뛰어넘어서는 것으로 확대되어 감상자로 하여금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실 한번도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장난감 공장을 운영하셔서 자신의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 가지고 놀아야만 했던 유년시절의 계기가 그에게 조각의 시작이 되었고, 이후 조각가로 정식 데뷔하기 전 그는 TV나 영화 제작사의 특수효과 제작팀에서 일을 했다. 자신의 회사를 만들려고 런던에서 사실적인 소품을 만들며,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 애니메이션(animation)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의 합성어로 기계적 뼈대나 전자 회로를 가지고 제작한 실물과 흡사한 캐릭터를 원격 조정을 통해 움직이게 하는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를 다루었다. 소품 또한 특정한 각도에서 보이는 것보다 모든 각도에서 완벽한 인물을 표현해 보고 싶어 극사실주의 조각에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 그의 재능을 일찍 알아본 사람은 영국의 유명 컬렉터이자 사치갤러리의 회장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1943~)였다.

그는 1997년 Royal Academy에서 열린 전시회를 통해 보수적인 당시 미술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논란 속에서 주목을 받으며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 트레이시 예민(Tracey Emin, 1963~) 등 YBA(Young British Artist) 그룹으로 합류하며 현대미술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성, 그리고 인간 본질에 대해 근원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주요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인체 해부학적인 측면의 인체 비례나 근육의 혈관, 주름, 머리카락 등 인간과 리얼한 섬세한 작업방식에 감탄한다.

그의 작품은 회화의 리얼리즘을 대체하는 사진의 기계적 즉각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장인적 수공 과정을 거쳐 미니어처로 제작된 점토의 크기를 확대하고 그 위에 실리콘 거푸집을 씌워 모형의 틀을 뜬 다음, 사실적인 피가 흐르는 피부나 살결, 충혈 된 눈 등을 세밀한 묘사는 모두 세필로 채색한다. 그 다음 모공이나 주름, 상처, 점 같은 피부의 요철 그리고 머리카락과 솜털 하나하나까지 심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쳐 한 작품 당 소요되는 시간은 약1~2년 걸리는 작품이 대부분이라 한다.

대다수의 관람객, 예술가와 비평가들은 론 뮤익의 하이퍼 리얼리즘 조각들을 주의적 정신으로 만들어낸 현대미술사의 조각 분야 최고의 성과라 손꼽는다. 마치 인간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장대한 서사시를 압축해 놓은 것 같은 그의 작품들을 통해 원초적 인간의 희노애락(喜怒哀樂), 마음속 깊이에서 올라오는 알 수 없는 감정의 경이로움과 동시에 관람적 감동마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작품의 표면적인 형상과 비현실적인 크기에서 괴리감과 극사실성으로 우리의 현실과 가상,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의 감정을 혼란스럽게 한다.

인간의 다양한 삶을 확대하거나 축소하여 표현하고 일상의 익숙한 것을 다른 방식으로 낯설게 경험할 때, 일어나는 감정은 론 뮤익의 작품을 감상할 때 자주 발생하게 된다. 전통적인 조각의 재현 방식을 뛰어넘는 놀라울 정도의 경계를 뛰어넘는 생생한 인체 묘사를 구현하며 결국 '우리에게 과연 인간다움'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이고 탐구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 내 작품이 비록 표상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인간적 삶의 깊이이다. "- 론 뮤익(Ron Mueck)

과거, 국내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진행 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전시회 <하이라이트(HIGHLIGHTS)> 에서는 존 뮤익의 작품이 가로 6.5m, 세로 1.6m, 높이 3.9m 의 거대한 침대와 조각이 설치되어 화재가 되었다. 침대 속 여인이 나른하면서도 깊은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관객과 마주하였고 피부 위로 비치는 핏줄과 잔주름, 미간 주름, 팔꿈치 주름, 속눈썹, 갈색 눈동자를 포함 한 눈빛 등을 충격적일 정도로 극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 관람자로 하여금 더욱 몽환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현대미술의 범주 안에서 마주하는 론 뮤익의 독자적인 작품을 통해 감상자는 감동과 감탄, 공포, 숙연, 고뇌 등 감정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질문과 진솔한 탐구를 바탕으로 인간, 삶의 깊이와 죽음에 대한 성찰을 사유하게 된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연구사

론 뮤익(Ron Mueck)__혼합재료_2005년_©Ron Mueck

론 뮤익(Ron Mueck)의 2013년 작업실에서 모습_ⓒRon Mueck

론 뮤익(Ron Mueck)_나무토막을든여인_혼합재료_2009년_ⓒRon Mueck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