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과 일상의 조우… 광주비엔날레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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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과 일상의 조우… 광주비엔날레 폐막 
39일간 8만5000여명… 온라인 16만5000여명 관람|| 5월정신 발신 'GB커미션''파빌리온 프로젝트' 등 반향|| 전시기간 부당해고·인사권 남용 등 갑질 잡음은 망신
  • 입력 : 2021. 05.09(일) 16:53
  • 박상지 기자

구 국군광주병원에 전시된 GB커미션 이불 작 오바드 V. 광주비엔날레 제공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39일간 여정 끝에 폐막했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 주제전과 광주정신을 다층적으로 맥락화 한 GB커미션, 국내외 미술기관을 매개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 등의 전시공간에서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중첩되면서 광주만의 담론을 발신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반면 전시기간 중에 특정 간부의 부당해고와 인사권 남용, 갑질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국내·외 망신을 사기도 했다.

● 전지구적 위기 속 현대미술과 일상과의 조우

전시가 시작된 4월1일부터 5월9일까지 광주비엔날레엔 총 관람객 8만5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인 위기상황 속에서 치러진 행사였던만큼 일일 관람객 수 제한 및 시간별 회차를 적용하는 등 방역 수칙에 따라 전시관을 운영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하고자 태동한 광주비엔날레 창설 취지에 맞춰 1전시실이 광주비엔날레 역사상 최초로 무료로 개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개방된 1전시실에서 가족단위 관람객과 인근 주민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자연스레 일상 속에서 현대미술과 조우했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주제전에는 40여 개국 69작가(명·팀)가 참여해 40점의 커미션 신작 등 450여 작품을 선보였으며 동시대 작가의 작품과 샤머니즘박물관 및 가회민화박물관의 부적, 제의적 회화 등 유물들이 긴밀하게 연계되면서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공명하는 다층적인 탈맥락화된 시각예술의 현장이 연출됐다. 관람객들은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인간과 환경, 과거와 현재 등 다양한 형태의 연대와 만나고, 인류가 축적해놓은 다채로운 사고의 틀을 사유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 코로나 시대 온라인 전시 및 서비스 새 지평

(재)광주비엔날레는 코로나19로 지친 시민사회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전시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고 광주비엔날레를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전시를 선보이면서 호응을 이끌어냈다. 광주비엔날레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 등에 공개된 온라인 전시는 총 16만5000여 명이 관람하면서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광주비엔날레 행사 기간 순차적으로 업로드된 온라인 전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1전시실부터 5전시실을 비롯해서 국립광주박물관, 광주극장,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외부 전시 공간까지 영상으로 담아내면서 코로나19로 전시관 방문이 어려운 이들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하면서 문화 갈증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이번 행사에서는 코로나 시대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차별화된 콘텐츠의 오디오 가이드로 관람객의 질 높은 전시 관람을 도왔으며, 관람객들은 각자 전시음성해설 어플을 다운받아 전시를 차분하게 감상했다. 이와 함께 가이드북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전시의 이해를 최대한 도왔다. 또한 AI방역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타 문화예술 행사 및 기관들에게 철저한 방역 모범 사례가 되기도 했다.

● 구 국군광주병원으로 모인 관람객…광주정신 발신

2018년 태동한 광주비엔날레커미션과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MaytoDay'(메이투데이)가 구 국군광주병원에서 사전 예약제로 개최돼 연일 만원을 기록하는 등 관객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작년에 출범한 다국적 프로젝트 'MaytoDay'는 올해 광주 지역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한 전시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Between the Seen and the Spoken)를 선보이며 그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12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시 조망하고 사유하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과 보이지만 애써 외면하려 했던 것, 말할 수 있는 것과 차마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침묵 사이의 간극과 연결성에 주목했다. 특히, 구 국군광주병원의 장소성을 주목하고 재해석한 신작들을 공개했으며, 무엇보다 현재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5・18민주화운동의 상흔을 바라보고 치유하면서 현재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예술적 소통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언론과 대중의 열렬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문선희 작가의 '묻지 못한 이야기 – 목소리'에 사용된 데이지는 광주교육청이 진행하는 '5・18 치유와 희망의 화단 만들기'에 기증돼 광주 시내 학교 20여 곳에서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그 의미를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5·18민주화운동 특별전과 함께 광주비엔날레커미션 일부 작품도 구 국군광주병원에서 전시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이불 작가의 조각난 거울에 의해 쪼개져 재구성된 모습으로 보이는 '태양의 도시' 시리즈(2015·2021)와 DMZ의 Guard Post (GP)가 2018년 폭파된 후 남겨진 철재로 만든 '오바드 V'(2019), 배영환 작가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차용한 작품 '유행가: 임을 위한 행진곡' (1997~2021)이 선보여졌으며,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기념관에서 전시됐던 임민욱 작가의 '채의진과 천 개의 지팡이'(2014~2020), 구 국군광주병원 본관 내 작은 성당에 짙게 배인 시간의 흔적과 공명하는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 '신의 언어'(2020), 트라우마를 대하는 문화적 차이와 '치유'의 개념을 다룬 카데르 아티아의 3채널 영상작품 '이동하는 경계들'(2018)과 구 국군광주병원에 남겨진 거울로 교회(국광교회)라는 공간 그 자체와 그 의미를 재해석한 마이클 넬슨의 '거울의 울림(장소의 맹점, 다른 이를 위한 표식)'(2018) 등이 다시 한번 전시되면서 구 국군광주병원을 더욱 다층적으로 맥락화하고 광주정신이 동시대 미술과 공명하는 계기가 됐다.

●전시기간 중 부당해고 등 내홍

코로나19로 두차례 연기 끝에 어렵게 열린 전시였으나 전시기간 중에 특정간부의 부당해고와 인사권 남용 등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시기간 중 중역을 맡고있는 홍보마케팅부장을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거치지않고 해고하는가 하면 다른 2명의 부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내홍을 겪고있다. 광주비엔날레 노조는 이에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권익위원회와 광주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재단 정상화를 요청했음에도 불구, 최근 전시팀장 등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극장 전시 전경. 광주비엔날레 제공

메이투데이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 전시 전경. 광주비엔날레 제공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전시 전경. 광주비엔날레 제공

국립광주박물관 전시 전경. 광주비엔날레 제공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시전경. 광주비엔날레 제공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방역모습. 광주비엔날레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