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취업을 빌미로 한 대규모 취업사기가 또 발생했다. 피해자만 800여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200억원 규모에 달한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찰에 접수된 피해자들의 사건 신고도 연일 이어져 100여명을 훌쩍 넘겼다. |
피해자만 800여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200억원 규모에 달한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찰에 접수된 피해자들의 사건 신고도 연일 이어져 100여명을 훌쩍 넘겼다.
기아차의 취업을 빌미로 한 사기 사건은 비단 오늘 내일만의 일이 아니기에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 끊이질 않는 취업사기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정규직으로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구직자들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광주 광산구 한 교회 목사 A씨를 구속하고 30대 공범의 행방을 추적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8년부터 피해자들에게 "기아차 광주공장에 취업시켜주겠다"며 속여 보증금을 명목으로 1인당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기아차 취업사기는 비단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취업을 미끼로 한 거액의 취업사기가 십 여년 째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4년 120여명의 구직자들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회사·노조 관계자, 브로커 등 30여명에게 거액을 주고 입사한 채용비리가 드러났다.
채용 추천권이 있었던 노조의 권한을 이용해 120여명이 채용 사례금을 주고 실제 기아차 광주공장에 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노조 간부와 직원 등 19명이 구속되고 경찰공무원 등 120여명이 사법처리되는 대규모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록됐다.
기아자동차는 채용 시스템을 개선했지만, 이후에도 사기 범죄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2014년에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취업을 미끼로 지인·친인척 등 60여명으로부터 32억원을 받아 챙긴 노조 간부들이 적발됐다.
2016년에도 한 정당 간부가 기아차 취업을 미끼로 5명에게 2억3000만원을 받아 챙긴 사건도 있었다. 2018년에는 기아자동차 취업을 미끼로 수십명에게 수십억원을 챙긴 광주공장 전직 노조 간부와 하청업체 근로자 등 4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 유독 기아차 반복 이유는
이처럼 잊을만하면 취업사기가 불거지는배경에는 지역사회의 열악한 경제구조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 광주 청년 고용률은 39.6%으로 전국 평균인 43.5%에 못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1인당 개인소득은 198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광주 지역은 제조 기업이 많지 않아 늘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 사내 복지와 근무환경이 우수하고 평균 연봉이 8600여만원에 이르는 기아차 광주공장은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비견될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홍관희 노무사는 "기아차 취업사기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지역사회의 열악한 취업 환경이 한몫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지역사회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기업의 만성적 고용 축소가 이어지면서 높은 연봉에 안정적인 정년이 보장된 기아차 광주공장은 돈을 써서라도 취업만 하면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노조가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역민들의 '잘못된 인식'도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채용비리 사건 때문이다.
당시 120여명이 넘는 구직자들이 채용 추천권이 있는 노조 간부에게 돈을 주고 실제 취업에 성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내에서는 지금까지도 노조를 통하면 '알음알음 취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 억울한 노조…회사도 답답
하지만 기아차 측은 그 해 발생한 채용비리 이후부턴 직원 채용 과정에서 노조 관여를 일체 금지시켰다고 강조한다. 모든 채용 과정이 본사를 통해 이뤄지는 까닭에 노조가 개입할 여지 자체가 없다는 설명이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현재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은 시스템 구조상 노조 관계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며 "모든 채용 과정은 본사 공개 채용을 통해 이뤄지고 선발부터 평가까지 어떤 과정도 노조나 지역에서 개입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개입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광주공장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기아차 광주공장 관계자는 "취업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현재 노조가 채용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역주민들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며 "회사 측에선 투명한 직원 채용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