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갑의 정원 이야기> 일본 정원문화의 산실, 은각사(銀閣寺)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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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야기
송태갑의 정원 이야기> 일본 정원문화의 산실, 은각사(銀閣寺)정원
  • 입력 : 2020. 03.05(목) 13:46
  • 편집에디터

관음전(觀音殿) 건축물과 연못이 어우러진 은각사정원

일본 정원문화의 산실, 은각사(銀閣寺)정원

교토에는 일본을 대표할만한 유명한 사찰들이 아주 많다. 이들은 교토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찰들이 일본식 전통정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사찰로 하나의 이름을 대면 두 개가 동시에 떠오르는 형제 같은 곳이 있다. 바로 금각사(金閣寺)와 은각사(銀閣寺)이다. 금각사의 경우 화려한 금을 도색한 건축물이 정원과 함께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면서 교토관광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반면 은각사는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온통 건물에 마음을 빼앗긴 금각사와는 달리 차분하게 일본정원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다. 금각사와 마찬가지로 은각사는 정식명칭이 아니며 원래 이름은 동산(東山) 자조사(慈照寺)였는데 자조(慈照)는 이 절을 지은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 1436-1490)의 법명이다. 이 사찰은 원래 실정(室町, 무로마치) 막부(幕府)의 8대 장군 요시마사의 은거(隱居)장소로 1482년에 지어졌으나 사후 선종사원으로 전환되었다. 요시마사는 금각을 건립한 요시미츠(義滿)의 손자이다. 요시마사가 29세가 되는 해인 1464년, 아직 후사가 없던 요시마사는 승려로 수도하던 세살 연하의 동생 요시미(義視)를 후계자로 세우게 된다. 그런데 그 다음 해 아들 요시히사(義尙)를 낳게 된다. 결국 동생과 아들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고조되어 결국 큰 싸움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를 '오닌(應仁)의 난(亂)'이라고 하며 아시카가 막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난에서 교토는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는데 요시마사는 난(亂)을 피해 은각사에 들어와 있었다고 한다. 이 절은 입구가 특이하다. '동산 자조사(東山 慈照寺)'라고 쓰인 작은 현판이 있는 문을 들어서면 오른쪽 방향으로 긴 참배로가 조성되어 있다. 참배로의 담이 매우 인상적인데 아래쪽은 돌담이지만 위쪽은 짜임새 있는 대나무 울타리와 산다화 산울타리가 긴 회랑을 형성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강한 가지치기로 인위적인 느낌이 강한데 직선이 주는 정연(井然)함이 돋보이는 독특한 길이다. 은각사 내부로 들어서면 비로소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지게 된다. 일본정원의 매력 가운데 하나인 섬세한 선(線)의 향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한번 쯤 보았을 법한 풍경의 아름다움을 그들 특유의 조형미를 가미시켜 극대화하고 있다. 맨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동구당(東求堂)으로 그 앞에 있는 모래탑은 달빛이 반사되도록 만든 구조물이라 하여 향월대(向月台)라고 부른다. 넓게 펼쳐진 모래정원은 '은모래 여울'이라는 뜻의 은사탄(銀沙灘)이라고 하는데 모래사장의 무늬는 물결모양으로 해안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모래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절경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데 은사탄은 약 65cm, 향월대는 약 180cm의 높이로 조성되어 있다. 이것은 일본의 독특한 고산수정원(枯山水庭園)의 표현기법 가운데 하나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이 정원은 고산수양식은 아니다. 해안이나 강가에서 보던 모래를 훌륭한 정원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놀랍지만, 이슬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래가 흘러내지 않는 점도 신기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인간의 능력을 어필하고 싶은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다음은 정원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연못 금경지(金境地)가 있고 연못과 정원을 조망하듯 서 있는 '은각(銀閣)'이라는 소박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보기에는 평범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1489년에 지어진 것으로 일본의 고사찰보전법에 따라 국보(1900년)로 지정되었다. 은각사정원은 사찰이나 사원이라기보다는 귀족이나 선비들의 은거별장 정도로 느껴진다. 은각사로 진입하는 참배로나 정원 여기저기로 연결되는 원로(園路), 그리고 동산 경사지로 이어지는 산책로 등이 사색하며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은각사정원은 당초 별장기능과 소수의 지인들과의 교류장소로서 활용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은각사정원을 서원조정원(書院造庭園)양식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건물과 정원과의 상호 조망관계, 그리고 산책로 주변풍경 등을 중시한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평안시대(平安時代)에 유행했던 침전조정원(寢殿造庭園)양식과 다르고 또 선종사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산수정원(枯山水庭園)과도 차이가 있다. 침전조정원은 제례나 의식을 거행하기 위한 건축이 중심이었고 거기에 부수적으로 정원이 조성된 개념이다. 또 고산수정원은 대자연의 풍경을 축소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한 양식이다. 굳이 이들 정원과 비교하자면 서원조정원은 일상생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실정시대를 대표하는 정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은각사는 정원 소유주의 개인취향이 깊게 반영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은각이라고 불리는 관음전(觀音殿)을 세울 때 아시카가 요시마사는 조부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滿)의 금각을 의식해서 은으로 건물장식을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가 일찍 사망해서인지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금각사를 중심으로 한 요시미츠 시대를 '북산(北山)문화'라고 하고 은각사를 중심으로 한 요시마사 시대를 '동산(東山)문화'라고 한다. 그만큼 이 무렵 선종사상, 차(茶)와 예술 등이 크게 발달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적 영향력이 매우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은각사 본당 옆에는 일본의 국보인 동구당(東求堂)이 있는데 이 건물에는 다실(茶室)의 시초로 일컬어지는 두어평 남짓의 자그마한 동인제(同仁齋)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은각사정원은 교토 정원문화, 나아가 일본 정원문화의 산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색으로 채색한 정원, 아름다움의 본질을 말하다.

은사탄과 연못을 뒤로 하고 이어진 동산 산책로는 여느 정원에서 볼 수 없는 독보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산책길 주변이 푸른 양탄자가 깔린 것처럼 온통 각종 이끼로 지면을 덮고 있어 풍경의 깊이를 한층 더해준다. 뿐만 아니라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은각을 비롯한 동구당, 은사탄 등 정원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의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은색(銀色)을 찾아볼 수 없는 은각사가 왠지 미완의 정원처럼 느껴졌었는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다. 은각의 지붕과 은사탄의 모래 그리고 연못의 물빛 등은 이미 기품 있는 은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은각사정원을 느긋하게 감상하다보면 섬세한 디자인이 주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또 자연이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요소를 지니고 있는지도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은 자연의 아름다운 요소들을 차용(借用)하여 각각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자랑스럽게 선보인다. 하지만 제아무리 아름다운 정원도 그저 원풍경인 자연을 표절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그럽게 봐준다 해도 각색이나 편집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아름다운 정원을 보고 감탄하고 예찬하는 것은 정원을 조성한 사람의 심미안(審美眼)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는 의미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그 본질적인 지적 재산권은 자연의 창조자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관음전(觀音殿) 건축물과 연못이 어우러진 은각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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