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뉴질랜드 군수지원함 명명식에 참석해 뉴질랜드 해군참모총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문재인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온 이낙연 총리는 여느 총리보다 가장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또 언론인, 4선 국회의원, 전남지사 등 다양하고 화려한 경력과 노련한 정치 감각은 정치적 중량감도 키웠다는 평가다.
이 총리는 지명 당시 탕평 인사로 거론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지만, 호남 출신 인사를 발탁해 지역 안배를 한 경우였다. 그에게는 내각임명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책임 총리라는 힘도 주어졌다.
'사이다 답변', '내각 군기반장', '막걸리 회동', '깨알 수첩' 등등. 이 총리가 지난 2년4개월여 동안 쌓아온 이미지다. 유능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싸움은 '군기반장'이란 별명을 갖게 했고, 대정부 질문에서의 촌철살인 발언은 '사이다 총리' 이미지를 구축하며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대국민 인지도를 높이면서 이 총리의 페이스북 계정 팔로워 수는 임기 초 1만5000여명에서 7만2609명으로 5배가량 늘었고, '낙연포럼', '낙연사랑' 등 지지 모임도 생겨났다.
이 총리는 외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 대신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 참석했다.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을 갖고 한일 대화 촉진자 역할을 수행했다.
정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동안 인지도는 꾸준히 높아졌고 여론조사마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1위 자리를 독보적으로 지켜왔다. 김경수, 안희정, 이재명, 유시민 등 여권의 잠룡들이 정치적 수난을 겪는 동안 문재인 정부의 2인자로서 입지를 다지며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히고 있다.
자연스레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총리의 거취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조국 사태' 이후 위기를 맞은 여권에서는 '이낙연 총선 등판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이 총리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으로 복귀해 출마하거나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총리는 당내 자기 세력이 적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혀왔다. 따라서 총선에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당내 인적 기반 확대와 세력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이 총리 주변에서 나온다.
그러나 당 복귀가 이 총리의 뜻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총리의 거취는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과 민주당의 총선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또다시 청문 정국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 이 총리가 내각에 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총리의 거취 결정 시기는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선거 90일 전)은 1월 중순이다.
이 총리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정부·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와 여당의 교감과 조율 속에 향후 행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