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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의 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은 1956년 가을 발생한 '헝가리 혁명' 과정에서 소련군의 탄환을 맞고 죽은 소녀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소련의 지배에 저항한 시민들이 다뉴브강변 바므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시작한 헝가리 민주화운동은 3000여 명의 희생자를 내고 탱크를 앞세운 소련군에게 무자비하게 진압당했다. 부다페스트의 56년 민주화운동은 80년 5월의 광주를 연상시킨다.
부다페스트를 관통하는 다뉴브강은 독일 남부에서 발원해 흑해로 흘러든다. 독일·오스트리아·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유고슬라비아·불가리아·루마니아·우크라이나 등을 지나는 국제하천으로 길이가 2800km에 달한다. 다뉴브(Danube)는 영어식 표현이고, 독일어로는 도나우(Donau), 헝가리어로는 두나(Duna)라고 부른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을 관통하는 도나우강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왈츠 리듬의 명곡이다. 이 곡은 도나우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부다페스트 시민들에게도 국가(國歌)만큼이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부다페스트는 동유럽 최대의 관광도시다. 한 해에 약 28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고 한다. 특히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 다뉴브강 유람선을 타고 바라보는 부다페스트 야경은 매혹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패키지로 가는 관광객들의 상품에도 반드시 야경 투어가 포함돼 있다. 소규모 관광 보트부터 대형 크루즈까지 수백 척의 배가 제한 없이 다뉴브강의 밤을 오가고 엉키다 보니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늘 제기됐다.
우려가 현실이 돼 이번에 한국 관광객 33명이 탄 다뉴브강 유람선이 대형 크루즈선에 추돌당해 26명이 사망·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우리에게 세월호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하루빨리 실종자 수색을 마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를 기원한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우리에게는 슬픔과 비극의 강으로 다가오고 있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