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도사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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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멘도사 라인'
  • 입력 : 2019. 04.04(목) 15:50
  • 박성원 기자
'멘도사 라인(Mendoza Line)'이란 야구 용어가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고도 2할대 초반을 맴도는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멕시코 출신으로 1974년부터 1982년까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시애틀, 텍사스에서 뛰었던 마리오 멘도사 선수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유격수였던 멘도사는 9년간 통산 타율이 2할1푼5리로 타격 능력이 형편없었다. 그렇다고 멘도사 라인이 '팬들을 열 받게 하는 최악의 타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멘도사 라인에 이름을 올리려면 '낮은 타율'과 함께 '규정타석 충족'이라는 쉽지 않은 조건도 채워야 해서다. 허약한 타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기용할 수밖에 없는 능력을 갖춘 '소금 같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 멘도사 라인인 셈이다. 주인공인 멘도사 선수도 부족한 타격을 리그 정상급 수비로 보완하며 꾸준히 출장기회를 잡았다.

국내 프로야구에도 멘도사 라인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꽤 있다. 광주일고 출신으로 올해 다시 프로야구 현장에 복귀한 SK와이번스 염경엽 감독도 그중 한 명이다. 염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에서 4년간 사령탑을 맡아 팀을 매년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켰고, SK에선 2년간 단장으로 재임하며 2018시즌 우승에 힘을 보탰다. 지도자로 화려한 이력을 쌓고 있는 염 감독이지만 선수 시절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통산 타율 1할9푼5리로 대표적인 멘도사 라인이었다. 그러나 염 감독을 실패한 선수로 기억하는 팬은 많지 않다. 출중한 수비와 작전 수행능력,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로 팀 승리 기여도가 높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2019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KIA 타이거즈 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선수가 있다. 올해 첫선을 보인 KIA의 외국인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다. 4일 경기 전까지 10경기에 나선 해즐베이커의 타율은 1할6푼2리에 그쳤다. 수비력도 시원찮다. 지난달 23일 LG와의 개막전에 중견수로 나선 해즐베이커는 5회 초 상대 채은성의 뜬 공을 잡지 못해 2루타를 허용, 첫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팀은 0-2로 패했다.

해즐베이커가 '공격력에 수비력마저 형편없는' 최악의 멘도사 라인으로 남을지, 늦게나마 국내 야구에 적응하면서 제 몫을 하는 선수로 변신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성원 전남취재본부장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