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역학교의 환경위생 업무를 놓고 빚어진 교사와 행정직 직원들간의 갈등이 신설될 정책국 업무로 분장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직군 간 대립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은 계속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 법제심의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학교 내 환경위생 업무를 본청 정책국 안전총괄과 소관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수질관리, 공기 질 측정, 방역, 저수조 청소 등 업무는 명확한 구분 없이 학교에 따라 보건 교사 또는 행정직 공무원이 맡고 있었다.
결국 학생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교직원들에게는 기피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학교마다 위세가 약한 직군이 맡는 업무라는 비웃음까지 받아야 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교육지원청 학생복지건강과를 폐지하기로 하고 소관 업무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환경위생 업무를 교육지원청 평생교육복지과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문제는 해당 업무가 교육지원국에서 행정지원국으로 넘어가게 되자 공무원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행정직 공무원들의 반발에 시교육청이 입법예고 내용을 변경할 기미를 보이자 이번에는 교사 노조가 시행규칙을 원안대로 개정하라고 맞서고 나섰다.
지난 10일 광주교사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시교육청이 입법예고 원안을 이유없이 변경해 수질관리, 공기질측정, 방역, 저수조청소 등 환경위생업무를 교사들에게 슬그머니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교사노조는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입법예고안을 만들기 위해 전담팀을 운영하고 공청회, 토론회를 통해 이해집단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으면서도 (행정직)공무원노조의 집회를 이유로 원안을 변경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교사의 행정업무를 분리하는 흐름에 역행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갈등 위에 갈등이 하나 더 얹혀진 상황이 된 것이다.
시교육청은 법제심의위원회 개최가 한차례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환경위생 업무를 교육지원청에 맡기지 않고 본청에서 총괄하기로 했다. 교사 업무를 관할하는 교육국이나 행정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국이 아닌 정책국 소관으로 뒀다.
이로 인해 교사와 공무원 노조의 힘겨루기는 일단락될 듯 보이지만, 해묵은 논쟁의 불씨는 아직도 여전하다.
일선 학교 교무실과 행정실 사이에는 최근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 과정에서도 관리 업무를 서로 맡지 않으려고 일부 갈등을 노출하기도 했다.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직군 간 대립이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광주 교육이 교무실과 행정실 간 서로 단절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는 어떤 방안도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정책국에서 조정·중재 능력을 발휘해 교육 현장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