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고려인/ "우리가 몰랐던 고려인들의 삶·문화 알게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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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우리 곁의 고려인/ "우리가 몰랐던 고려인들의 삶·문화 알게된 계기"
‘고려인인문사회연구소’ 개소 기념 토론회·문화공연||||
  • 입력 : 2018. 08.27(월) 17:45
  • 강송희 기자
27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들의 삶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0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청소년문화센터에 문을 연 '고려인인문사회연구소' 개소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전당 예술극장3에서 진행된 토론회는 '백인의 식탁 천인의 놀이터-이주에서 정주로, 고려인들의 사람과 문화를 말하다'는 주제로 개최됐다.

토론에 앞서 특별한 문화공연도 펼쳐졌다. 고려인강제이주 80주년을 기념하는 뮤지컬 '나는 고려인이다'가 관객을 만났다. 고려인들이 강제이주를 당한 배경,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밭을 일구며 문화와 민족성을 잃지 않았던 고려인들의 삶과 역사를 고려 예술인들의 시와 음악, 춤으로 표현했다.

폭우 속에서도 200여명의 시민들이 공연을 지켜보는 등 고려인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고려인들의 삶과 문화를 압축해 본 것 같았다"며 호평했다.

뮤지컬이 끝난 뒤 진행된 학술대회는 '백인식탁-우리 안의 고려인:법적지위와 고려인 청소년의 삶'과 '천인 놀이터-광주 고려인 문화교류 현황 및 향후 방향 모색' 등 2부로 구성됐다.

먼저 '백인 식탁'에선 국내 귀환 고려인이 당면한 생존권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고려인인문사회연구소와 안산의 고려인공동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원곡법률사무소 등이 참여해 고려인들의 법적지위와 고려인청소년들의 생활 실태를 발표한 후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홍인화 고려인연구소 소장은 "귀환동포법이 단순한 선언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개별법과 상충되는 체류자격 문제, 취업문제 등 해결책을 담아야 하고, 재외동포법 등 기존 동포 관련법안을 일원화하기 위해 재외동포정책전담기구 신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인 놀이터'에선 고려인의 잊혀진 문화와 삶을 살펴보고, 문화적 복지를 구축할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고려인마을과 문화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마련한 문화전당, 광주문화재단, 호남대학교, 광주전남연구원 등 각 기관들이 고려인마을과 문화교류현황을 소개하며 지역사회 문화다양성을 풍요롭게 할 발전방안도 고민했다.

이날 행사에선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1988년 모스크바에서 고(故) 허진 시인과 함께 처음 고려인 동포들과 만났던 것을 기념해 간직했던 '모스크바 한국교포 한인문화인을 위한 만찬회'라고 적힌 서류를 연구소에 기증하기도 했다.

공연과 학술대회를 모두 본 김철(80)씨는 "그 먼 나라에서 우리 형제들이 많은 고초를 겪은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며 "하루 빨리 이들에 대한 법적 지원 뿐 아니라 후손들이 정착해 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한 고려인 4세 라나(19·여)씨는 "그 시절을 직접 겪진 못했지만, 공연을 통해 그때 그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며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고려인에 대해 광주 시민들이 알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홍인화 소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인 광주, 그리고 문화전당과 함께 고려인들을 위한 공연과 학술대회가 마련돼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며 "제도적 정책지원을 통해 고려인들에 대한 생존권을 확보하고, 이들의 삶과 역사를 재조명해 문화 콘텐츠로서 개발하고 나아가 행복권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송희 기자 songhee.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