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된 걸까. 초대 허경만 지사를 포함 민선 도백은 모두 4명인데,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들에게 전남 도지사는 정치적 성장이 아닌, 은퇴 자리였다. 이른바 낙향, 은퇴형 리더십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어지간하게 하고 60대 초반에 낙향했다. 재선을 염두에 두니 60대 중ㆍ후반이다. 중앙 정치무대로 유턴하기 버거운 나이가 돼버렸다. 도정은 가볍고, 연령은 무거우니 퇴임이 곧 은퇴였다.
도지사의 은퇴형 리더십은 두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우선 서울, 여의도 중심의 오랜 이력은 전남에 대한 이해부족을 노출했다. 지역자원을 동원한 내발적 전략보다는 설익은 충동식 정책을 남발했다. F1자동차 경주대회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첨단 모터스포츠를 무지막지하게 이식하고자 했다. 다른 하나는 혁신형 지역활성화 전략의 부재였다. 민선 2기 허경만 지사 시절 여수 엑스포 이후로, 대형 프로젝트가 기억나지 않는다. 도지사가 그랜드 비전을 제시하고, 200만 도민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혁신형 미래리더십을 보지 못했다.
그나마 전남 시ㆍ군에 혁신형 리더십이 성장하고 있어 다행이다. 강진, 완도, 여수, 영암, 화순이 눈에 띈다.(가나다 순) 강진군은 기존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일신한 숙박형 농가 체험인 푸소(FUSOㆍFeeling-Up, Stress-Off), 강진 한정식, 강진방문의 해 이벤트, 가우도ㆍ다산교육원 등 지역활성화 거점 개발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오는 10월 푸소 예약은 완판이다. 올해는 강진만을 형상화한 'A로의 초대'를 추진 중이다.
완도군은 고부가 전복(전국 생산량의 80%)으로 양식산업을 전환한 뒤, 해조류 박람회를 통해 '해조류 메카 완도'를 마케팅하고 있다. 3년마다 열리는 이 박람회는 세계 최초 해조류 박람회이자, 전남 군 단위 유일의 정례 국제박람회다. 완도 어업인 1만618가구의 평균소득은 7500만원이다. 고소득이 창출되니, 젊은 층 유입은 당연하다. 유치원과 소아과 병원 증설이 주민숙원이란다.
여수는 말이 필요 없는 핫 플레이스다. 엑스포 SOC 기반 위에 다채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를 입혔다. 자유로운 20대 여행객이 넘치고, 낭만포차, 여수 밤바다, 버스킹은 여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난해 무려 1508만 명이 다녀갔다. 여수 사람도 피해 다녔다는 '쫑포'를 거닐어 보라. 거기 여수만의 젊음과 낭만이 있다.
영암은 인물 마케팅의 귀재다. 왕인, 김창조(가야금 산조), 조훈현을 통해 왕인유적지, 가야금 기념관, 바둑기념관을 건립했다. 조만간 영암출신 가수 하춘화를 활용한'한국 트로트 가요센터'가 들어선다. 군수실에는 드론이 여러 대 놓여 있다. 호남권 최초로 드론 전문교육원을 개원한데 이어 항공학과를 유치하고 경비행장도 만들었다. 이미 스카이 레저산업을 선점했다.
화순은 적벽, 정율성, 주자묘 등 작은 중국이다. 중국 인연 자원으로 대 중국 콘텐츠를 구축했다. 여기에 녹십자 화순공장 증설, 미생물 실증지원센터, 동물대체 시험센터, 프라운호퍼연구소 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화순의 백신 인프라와 전남대 병원의 의료 시스템을 결합, 의생명과학도시로 우뚝 서 있다. 더 이상 화순은 검은 탄광도시가 아니다. 이처럼 혁신리더십은 지역을 확 바꾼다.
이제 지방선거가 넉 달 앞이다. 민선 7기 도지사에 전남의 사활이 달려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혁신형 리더십으로 회생할 것인가. 박원순, 이재명, 안희정은 국회의원도 장관도 아니다. 도시와 지역을 바꾼 혁신리더들이다. 이들 혁신단체장들은 미래 권력도 도모하려 한다. 개혁진영의 종가요, 문재인 정부 공신인 전남이 왜 이다지도 무기력한가. 미래권력을 꿈꾸는 혁신형 도지사가 정말, 해답이다.
이건상
기획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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