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한 전통엿 제조업체 작업자가 수작업으로 엿을 자르고 있다. 담양군 제공 |
전문가들은 빈부귀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겨 먹었던 엿이 세계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지역 농특산물을 결합한 상품으로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될 전남의 발효 엿들을 알아본다.
●농경문화가 낳은 달콤한 유산
엿은 찹쌀이나 조, 옥수수 등 곡식으로 밥을 지어 엿기름으로 삭힌 뒤 겻불로 밥이 물처럼 되도록 끓이고, 그것을 자루에 넣어 짜낸 다음 진득진득해질 때까지 고아 만든 달고 끈적끈적한 음식이다.
조선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민간에서 소비되기 시작한 엿은 ‘서로의 마음을 굳건히 이어준다’는 상징성을 담아 혼례와 상례, 명절 등 중요한 행사에서 긴하게 사용돼 왔다.
이렇듯 엿은 가족이나 친지, 이웃들에게 축복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상징적 의미까지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전남은 비옥한 농경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농작물을 생산해 왔기에, 농작물을 활용한 여러 가지 엿을 만드는 전통이 일찍이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전남지역만의 발효를 통한 차별화된 제조법 덕분에 다른 지역의 엿과는 구별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엿을 만드는 기술은 주로 마을내에서 전수돼 가족단위로 엿을 만들며 특유의 제조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기본적으로는 엿기름을 내어 만들며 조청으로 달여 농축한 것은 타 지역과 유사하나, 이후에는 전남만의 다양한 형태로 변형해 찹쌀 엿, 조청 엿, 옥수수 엿 등 깊은 단맛을 내는 엿들이 탄생했다.
●지역별 다양한 엿
풍성하고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는 농도 전남에서는 시·군별로 독특한 제조방식으로 만든 여러 가지 전통 엿들이 생산되고 있다. 전남도 제공 |
강진과 해남은 찹쌀과 엿기름을 사용해 만든 ‘찹쌀 엿’이 주를 이룬다. 찹쌀 엿은 불 조절을 통해 오래 졸이는 옛 방식으로 이뤄져 고소하고 깊은 맛과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명절 등 큰 행사에는 빠지지 않는 해남 찹쌀 엿은 일찌감치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고 있다. 녹차수도 보성의 찹쌀 엿은 지역 특산물인 녹차를 가미해 독특한 향과 맛을 자랑한다.
순천에서는 옥수수를 사용한 ‘옥수수 엿’이 소비자들로 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순천 옥수수 엿은 누구나 좋아하는 옥수수의 고소한 맛과 함께 달콤함이 어우러져 특별한 풍미를 자아낸다. 옥수수를 찧어 엿기름과 함께 졸여 만든 옥수수 엿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곡성에서는 조청 엿이 주로 생산된다. 곡성 조청 엿은 청정지역에 생산된 조와 찹쌀을 적절히 사용해 단맛이 깊고 독특한 향이 난다.
강진, 해남 등 각 지역 고유의 특산물과 제조방식을 결합해 만들어진 엿들은 온라인 쇼핑몰 판매와 관광지, 축제장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또한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엿을 만들어보는 기회를 제공해 전통 엿의 가치를 알리고 있으며, 젊은 세대에게도 전통 식문화를 전파하는 소재로 활용되고 있어 지역 문화를 상징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신규 시장 개척 모색
전문가들은 전남의 전통 엿이 독특한 제조방식과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K-컬처와 함께 해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K-푸드 인기에 부응해 전남 전통엿을 세계인들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상품으로 지속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귀정 농촌진흥청 박사는 “K-푸드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전남 엿은 한국 전통 음식으로서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새로운 맛을 제공할 수 있다. 현지 입맛에 맞춘 버전으로 출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만들어지는 만큼 지역 농업과 연계된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 엿과 결합할 수 있는 신규 농특산물들을 발굴해 ‘지역 특산물 엿’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전라남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조진용 기자 jinyou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