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석 고재구전통쌀엿 대표 |
고재구전통쌀엿 고강석(70) 대표의 각오는 담담하면서도 확고했다.
고 대표는 작고한 아버지(고재구)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담양에서 3대째 전통 쌀 엿을 만들고 있다.
엿은 온도에 따라 발효가 달라지는 민감한 음식이라 사계절 가운데 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의 작업으로 1년 먹거리를 완성해야 한다.
특히 고 대표의 쌀 엿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다. 한번에 35㎏·2회 제작기준 70㎏으로 일년에 4톤 정도의 쌀 엿이 생산된다.
고 대표는 “곡창지대인 전남지역에서는 농토가 비옥해 옛부터 쌀을 이용해 엿을 만들어 먹었지만, 식량이 부족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는 곡물을 사용해 술, 엿 등을 만들어 먹는 것을 국가차원에서 금지했다”며 “이후 수확량이 풍성한 통일벼를 심어 쌀 생산이 늘면서 단속이 멈춰지고 각 가정에서 쌀을 사용한 식품을 자유롭게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의 쌀 엿 생산법은 꽤나 고되다. 담양 지역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멥쌀을 씻어 4~5시간 불린뒤 오후 1시 무렵 고두밥을 쪄 시루에 얹어 1시간 30분 동안 수증기로 찐다.
오후 3시쯤 고두밥이 완성되면 엿기름과 온수를 당화통에 넣고 9~10시간을 기다리며 자연 온도에서 당화 시킨다. 오후 12시부터는 밥 알갱이를 분리한 후 가마솥에 넣고 3~4시간 졸이면 갱엿이 된다.
기계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 손으로 갱엿을 늘리면 제품화가 된다.
고 대표는 “갱엿을 늘리면 마찰로 인해 흰색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다시 수증기를 쬐며 늘려주는 과정을 거치면 엿에 공기층이 생기면서 바삭하고 달콤한 쌀 엿이 탄생한다”며 “제조과정에서 공기층이 형성됐기 때문에 대나무 마냥 속이 텅 비어있고 달라붙지 않은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쌀 엿을 만드는데 매진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예로부터 가을 추수가 끝나고 겨울 농가에 특별한 소득원이 없는 상황에서 쌀 엿 판매수익이 농가소득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어 조상들이 물려준 전통방식을 훼손할 수 없다”며 “경제적 이윤을 추구한다면 당장 쌀 엿 만들기를 그만해야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전 과정을 전통방식을 고수해 쌀 엿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