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여, 학습하는 조직으로 진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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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기업이여, 학습하는 조직으로 진화하라
  • 입력 : 2017. 07.28(금) 00:00



현대는 속도, 경쟁, 불확실성의 시대다. 특히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과거의 변화가 '축구공'처럼 향하는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던 반면에 현대사회의 변화는 '럭비공'처럼 어느 방향으로 튈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누군가 천재 경제학자 케인즈에게 '불확실성은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질문에 "사람들의 지식이 지극히 제한돼 있는데서 나온다."라고 답한다. <인간지식의 제한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 내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1975년 미국기업평균수명은 30년이었다. 2015년 기업수명은 절반이 줄은 15년으로 조사되었고, 2020년에는 10년으로 줄어든다고 예측한다. 한국기업은 어떨까? 1955년 100대 기업 중 2005년 남아 있는 기업은 고작 7개이고,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수명은 27년이다. 이 또한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왜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는데 기업의 존속기간은 줄어들까? 변화하는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기 578년 설립되어 무려 1428년을 존속한 세계 최장수기업 일본의 곤고구미도 2006년 문을 닫았다.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만약 기업이나 조직이 '미래를 읽는 눈'을 가지고 있다면 갑작스런 몰락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예지력이나 통찰력을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을까? 우선 미래의 불확실성을 깨기 위해서는 기존의 패러다임과 결별을 선언해야한다. 특히 조직을 정형화시키는 고정관념과의 단절이 필요하다. 고정관념은 영어로 stereotype인데 이는 'stereos(단단한)+impression(자국, 흔적, 인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용어를 대중화 시킨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은 그의 저서 <여론>에서 '우리는 먼저 보고나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먼저 내리고 나서 본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끊임없는 학습(學習)'이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유래하는 학습은 공부해서 지식을 받아들이는 배울 학(學)과 배운 것을 익힌다는 습(習)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습(習)를 자세히 보면 깃 우(羽)와 빛날 백(白)로 이루어져 있다. 깃 우(羽)는 날기 위해 두 개의 날개가 서로 가세하여 돕는 형상이고, 빛날 백(白)는 명백해지도록 빛을 발하게 되는 의미이다. 따라서 학습이란 '배운 것이 명확하게 될 때까지 날개 짓을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2016년 6월에 작고한 앨빈 토플러는 학습과 관련하여 '21세기의 문맹은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울 수 없고, 배우지 않고, 다시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라고 갈파했다. 이는 인간지식의 제한성을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학습장애(learning disability)를 치유하는데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센겐(Peter Senge)교수는 이러한 학습장애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이 학습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5가지 원리가 작동하는 학습조직으로 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개인적 숙련이다. 이는 조직구성원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현실을 명확하게 관찰하는 법을 길러주는 동시에 기업의 원동력이며 에너지인 창조적 긴장, 즉 비전과 현실을 합치시키는 힘을 만들어 내고 유지할 방법을 배우게 해준다. 둘째, 공유비전이다. 이는 조직전반에 걸친 구성원들이 품고 있는 그림이며 미래의 모습이다. 이를 학습조직은 명확하고 뚜렷하게 각인시켜 실현하도록 돕는다. 셋째, 정신모델이다. 이는 세상을 보는 일종의 세계관으로, 말하는 것과 실제적으로 행위 하는 것과의 차이가 바로 정신모델로 인해 생긴다. 이를 탐구하고 규명하게 한다. 넷째, 팀 학습이다. 팀 학습은 구성원들 간에 서로 다른 관점이 반영되게 하여 문제점을 차단하는 집단사고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나아가 상호간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통해 지적능력의 결과물, 즉 집단지성을 창출한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사고인데 이는 맥락에 의한 사고를 통해 분리내지 분석을 통한 이해가 아니라 보다 큰 전체의 맥락 속으로 모아내는 것이다.

현대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속도의 시대이고, 기업 간, 국가 간 치열한 경쟁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네트워크 경쟁의 시대이다. 유행처럼 세상을 뒤덮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가까운 시일에 특이점(Singularity)이 다가올 것이고,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반드시 학습하는 조직으로 진화할 때만 보장될 것이다.

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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