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을 바꾸는 힘,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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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영화판을 바꾸는 힘, 관객
  • 입력 : 2017. 07.27(목) 00:00



지난달 30일과 지난 21일 광주극장에서 각각 다른 두 영화의 시사회가 열렸다. 다큐영화 '바람의 춤꾼'과 영화 '옥자'다. 두 영화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상업 영화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광주극장에서 상영ㆍ시사회를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람의 춤꾼'은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다. 5ㆍ18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건부터 세월호 참사까지 사람들을 위로하는 춤을 추기 시작한 이삼헌 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이삼헌 씨의 춤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온 몸으로 슬픔을 녹여내는 그의 모습에 공감했다. 보도 후 '바람의 춤꾼'을 보고 싶은데 상영하지 않더라는 안타까운 질문들이 돌아왔다. 이어 영화 제작자로부터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의 지원으로 전국에 많은 독립ㆍ예술 영화관이 있지만 매달 20편 이상 쏟아져 나오는 독립영화들을 상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바람의 춤꾼'은 2002년부터 촬영해 15년간 제작됐다. 제작비 부족으로 개봉이 어려웠지만 크라우드펀딩으로 지난 6월 겨우 개봉할 수 있었다. 제작자는 안타까운 마음에 '외국영화 스크린 쿼터제'처럼 '멀티플렉스관의 독립영화 스크린 쿼터제'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한다고 했다. "독립영화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고 미래 문화예술의 길을 탄탄하게 열어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는 당부도 함께였다.

다른 한 영화 '옥자'는 상업영화다. '괴물','마더', '설국열차' 등 국제영화제에서 숱하게 후보로 거론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던 유명 영화들을 만들어낸 봉준호 감독이 멀티플렉스관이 아닌 예술ㆍ독립영화 전문 극장인 광주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봉준호 감독은 광주극장에서 시사회를 열며 영화 '옥자'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옥자'는 디지털 스트리밍에 기반을 둔 투자사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이었다. 멀티플렉스관들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아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으로 상영을 거부했다. 이에 영화 '옥자'는 광주극장에서 개봉하고 상영 중이다. 봉 감독은 "나는 멀티플렉스관의 혜택을 누렸던 영화 감독이다"며 "'옥자'가 독립영화 코스프레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멀티플렉스관으로부터 거부 당한 상업영화와 멀티플렉스관의 입성을 꿈꾸는 독립영화가 같은 장소 '광주극장'에서 진행한 시사회를 지켜보며 뒷맛이 씁쓸했다. 거대자본에 큰 영향을 받는 영화계의 민낯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극장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과 '바람의춤꾼'을 보고 싶다고 연락한 독자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 '독립영화 스크린쿼터제'를 제도화하는 힘도, 독립 영화관에서도 영화를 '흥행'시키는 주도권이 영화라는 예술을 향유하는 관객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예술 장르도 문화의 일부이며 문화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오민지

문화체육부 기자

mjoh@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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