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정농단을 보며 간신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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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정농단을 보며 간신을 떠올리다

간신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
다만 얼굴을 감출 뿐이다
한국ㆍ중국의 역대급 간신들
놀랍도록 같은 행태들
간신을 구별하는 눈
이제는 시민들이 가져야
  • 입력 : 2017. 05.03(수) 00:00
'간신.' 소위 박근혜 국정농단사태를 지켜보며 떠올리는 단어다. 그 옛날 나라를 훔치거나, 군주에게 아첨하고 거짓말로 속이며 제 뱃속만 채우는 간신들, 상대를 무고해 헐뜯고 무거운 세금으로 백성을 고통스럽게 했던 간신들이다.

물론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 하기도 하지만, 그건 왕과 닮았다는 것을 강조할 때 쓰이는 비유일 뿐이다. 그러나 권력을 정점으로 한 관료의 행태, 특히 권력과 가까운 자들이 보여주는 행태의 속성이 그 본질은 왕의 시대나 대통령의 시대나 별로 변한 것이 없다.

박근혜 국정농단을 지켜보며 쉽게 간신을 떠올리고, 이런 간신을 주제로 한 책 출판이 잇따르는 이유다. '간신-그들은 어떻게 나라를 망쳤는가', '간신의 민낯-조선의 국정농단자들' 등이다.

'간신-그들은 어떻게 나라를 망쳤는가'는 역사학자인 오항녕 전주대 교수와 인권운동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역사 속 간신들을 소재로 한 대담 형식의 책이다. 역사학자의 파트너가 인권연대 활동가인 이유는 간단하다. 오항녕 교수는 "역사속의 간신에 대한 논의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역사, 과거와 현재가 대화를 나누는 역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오 교수가 역사 속 간신들의 행적을 풀이하면, 오 사무국장이 현대판 간신들의 이야기를 보태 현재성을 담보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책에 등장하는 간신들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여불위, 중국 전한 말기 나라를 찬탈한 왕망, '지록위마' 고사로 유명한 중국 진나라 조고부터 고려시대 신돈, 조선시대 한명회ㆍ장희재ㆍ이이첨 등 중국사와 한국사 속 인물 22명이다.

저자들은 간신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심리와 전략으로 나라를 흔들었는지 서로 묻고 분석하며 세밀하게 추적한다. 그러면서 역사 속의 간신들이 그저 '한 사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곧 세력으로 작동하게 되는 원인,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들이 한 사회의 구조, 시스템으로 뿌리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들이 간신을 만나는 이유도 간단하다.

왕조시대, 간신을 구별하는 눈은 군주에게 필요했다. 민주시대, 간신을 구별하는 눈은 바로 시민들에게 필수적이다. '알아야 바보를 면할 수 있고 알아야 똑똑해질 수 있다. 알아야 주인 노릇도 제대로 할 수 있고, 그래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이 책이 깨어 있으려는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오항녕 교수의 파트너로 나선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이어 '간신의 민낯-조선의 국정농단자들'은 조선 500년 역사 속에서 나라를 농단했던 대표적인 간신들의 행태와 시대적 배경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를 진단했다.

책은 그동안 실록을 바탕으로 한 역사 연구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리면서 숨 쉬는 이야기로 역사적 진실 찾기를 해온 저자가 사실(史實)의 빈 공간을 채워 역사적 사실(事實)을 찾아가는 시간여행이다. 역사를 즐기면서, 역사가 주는 교훈을 체득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이야기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통해 그동안 감춰져 왔던 수많은 비리와 진실들이 드러났다. 근엄한 표정으로 마치 국가를 위해 살신성인하는 것처럼 가면을 쓰고 있던 인물들의 민낯 또한 백일하에 드러났다. 조선의 간신들 또한 그러했다. 공신과 충신의 가면 뒤에 숨어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나라의 운명을 농단하고, 역사를 거꾸로 돌렸다.

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죄상과 행적을 추적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진면목을 그려내기는 쉽지 않다. 그들이 살아 숨쉬던 시대의 모습, 시대적 요구, 백성들의 여론, 살을 부대끼며 야합하고 투쟁하던 인간 군상의 욕망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때 비로소 그 민낯이 생생하게 살아나게 된다.

또 그들이 최근의 권력형 스캔들은 물론 한국 근대사를 시끄럽게 했던 정치 사건들의 중심인물들과 어떤 면에서 닮아 있는지 고금을 오가는 통찰을 통해 500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찾을 수 있다. 역사가 곧 미래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저자 이정근은 머리말을 통해 "조선 500년사를 관통하면서 수많은 인물이 명멸했다. 그 중에서 나라의 발전을 저해시키고 역사 발전을 퇴행시킨 인물의 흔적을 쫓으며 우리의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을 쓴 이유다"고 밝혔다.

홍성장 기자 sjh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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