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저해 심각…새정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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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민통합 저해 심각…새정부 나서야
■ '호남 인터넷 댓글테러' 해결책 없나
카페 쉽게 개설… 폐쇄까지 1년 이상 소요
관련 법규 손질ㆍ처벌 강화 시스템 마련을
  • 입력 : 2013. 01.18(금) 00:00
'인터넷 지역감정'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끄는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발생 장소에 따라 '전라도'와 '경상도'로 나뉘어 '댓글 비방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일상이 됐다. 심지어는 지역 감정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에도 '댓글 테러'가 등장하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 업체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 인터넷을 횡행하는 지역감정 문제를 이제는 공론화 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하 카페 3개 폐쇄에 1년

인터넷 지역감정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광주와 전남을 비롯한 호남지역이다. 영남 지역을 비하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지만 '전라도' 비하 사이트와는 회원수 등이 비교가 안 된다.

인터넷 카페를 통한 조직적인 '전라도 비하'가 이어지자 전남도는 지난 2011년 11월 처음으로 카페 폐쇄에 나섰다. 대상 카페는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의 개설된 '라도 코드(전라도 코드의 줄임 말)'.

전라도 비하를 위해 만들어진 이 카페에 가입한 회원은 무려 2만1000명이나 됐다.

도가 분석한 결과 카페에 게시된 글의 80%는 전라도 비하 글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호남민들의 제보를 받은 도는 호남향우회 광주시ㆍ전라북도와 함께 카페 폐쇄에 나섰다. 하지만 카페를 폐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도는 수집한 게시글을 첨부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카페 폐쇄를 요청했다. 3개월 동안 이어진 심의끝에 방통위는 폐쇄 결정을 내렸지만 곧바로 폐쇄하기도 힘들었다. 카페가 개설된 네이버는 운영자에게 '카페 폐쇄 조치 동의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이 카페는 지난해 3월에서야 문을 닫았다.

이러는 사이 또다른 인터넷 포털인 다음에 '라도 코드' 카페가 다시 생겼다. 이 카페에 가입한 회원만도 600명이 넘었다. 도는 다시 자료를 수집해 방통위 심의를 거쳐 이 카페의 문을 닫게 했다. 그랬더니 다시 네이버에 '라코스'와 '홍어 프리즌'이라는 카페가 또 생겼다. 도는 이 카페들의 폐쇄도 추진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1년 동안 카페 3개를 폐쇄하는 것도 힘들다. 방통위 심의를 요청해서 결과가 나올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포털 사이트가 최종 폐쇄를 결정하기까지도 또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정부 차원 대책 세워야

'인터넷 지역 감정'은 현실의 지역 감정보다 훨신 공격적이다. 익명성에 숨은 데다, 대상이 특정 지역이다보니 노골적인 표현이 넘친다. 전라도 출신 이라는 이유로 반 전라도 네티즌들에게 공격을 받는 지역 출신 연예인들도 있다.

차기 정부가 국민대통합을 실현하려면 인터넷 문제 역시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라도 비하 카페가 생기면 일부에서는 경상도를 비하하는 카페를 만들기도 한다.

'전라디언'이라는 전라도를 비하하는 말과 경상도를 비하하는 단어로 쓰이는 '흉노족'에는 뿌리깊은 감정의 골이 자리잡고 있다. 대구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쓰이는 '고담 대구(영화 베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고담시 같다는 의미)'나, '홍어(전라도 대표 음식 비하)'도 다를 바 없다.

이미 지역 자치단체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기도 하다. 16개 광역자치단체가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닌데다, 행정적으로도 지역 자치단체가 제재할 만한 별다른 방법도 없다.

전남도 관계자는 "인터넷 지역감정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지역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정부 차원에서 관련법을 손질해 처벌을 강화하고, 관련 글들을 빠르게 삭제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현석 기자 hs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