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피시플레이션(수산물+인플레이션)’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이 주로 찾는 대중성 어종의 생산량이 급감해 수산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의 한 점포에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
5일 찾은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 이 곳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이모(63)씨는 고수온 영향으로 어획량이 급감하고 일부 어종들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수산물 생산량이 줄어들어 물량을 들여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수산물은 며칠씩 물량이 없을 때도 있다”며 “물건 자체가 귀해지고 가격이 급등하니 상인들이 장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비싸더라도 상품을 구매하는 손님들도 분명 있지만, 수산물 가격이 국산·수입산 가리지 않고 상승하면서 고등어를 3마리 살 것을 1마리만 사거나 심하면 지갑 자체를 열지 않으니 매출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수산물 도소매 상인들의 매출 감소세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이후 일시적으로 소비가 위축됨과 동시에 고물가·경기침체·기후변화라는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씨는 “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들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당시 수산물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한동안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며 “이후 수산물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되살아나면서 매출이 회복되는 듯했으나 내수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와중에 기후변화로 각종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역민들의 소비심리가 더욱 얼어붙었다. 3~4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절반가량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피시플레이션(수산물+인플레이션)’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의 밥상에 흔히 오르는 대중성 어종인 오징어, 고등어, 멸치 등까지 고수온 영향으로 어획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산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인들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4일 광주지역 기준 연근해(신선냉장) 물오징어 1마리 소매 가격은 8963원으로, 지난달 28일 8495원과 비교해 나흘 만에 5.51% 올랐다. 전월과 비교하면 4.71%, 평년과 비교하면 14.11% 각각 상승했다. 같은 날 기준 대중성 어종인 국산(염장) 고등어 소매 가격은 7815원으로, 전월(6501원) 대비 20.21%, 전년(4301원) 대비 81.7% 각각 상승했으며 평년(3757원)과 비교하면 무려 108.01% 올랐다. 멸치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 마른멸치 100g 가격은 2790원으로, 전월(2540원)과 비교해 9.84%, 전년·평년(2230원)과 비교하면 25.11% 각각 올랐다.
이처럼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데에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어업생산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어업생산량은 361만톤으로 전년보다 2.2%(8만1000톤) 감소했다. 특히 고수온 영향으로 어군형성이 부진하고 자원량이 줄어 고등어류·오징어·멸치 등의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연근해 어획량은 전년 대비 11.6%(11만1000톤) 급감하며 197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오징어는 어획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금(金)징어’로 불릴 정도로 ‘귀한 몸’이 됐다. 살오징어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만4000톤으로 전년(2만3000톤) 대비 42% 급감했으며 지난 2019년(5만2000톤)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약 73% 떨어졌다. 이외에도 갈치는 26.6%, 멸치는 18.8%, 고등어류도 17.4% 감소했다.
문제는 ‘피시플레이션’을 비롯한 이상기후에 따른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연근해 평균 표층 수온은 18.74도로, 최근 57년(1968~2024)간 가장 높았다. 평균 수온이 매년 높아지며 어군형성이 부진해지고 기존에 형성된 어장이 다른 바다로 이동하면서 전반적인 어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 오징어의 경우 고수온 영향으로 동해안 오징어 어군이 북한 해역으로 이동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산물 도소매 상인들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수산물 어획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자구책을 마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남광주 시장 상인 강모(72)씨는 “고물가·경기침체·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당장 해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힘들어질 거라고 예상한다.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내수부진 회복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환경과 생태계 변동을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5년 해양 기후변화 감시·예측 정보 통합 생산’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고수온, 해수면, 염분, 해류 등 기후 요소를 감시해 해양기후 장기 예측 시나리오를 생산하고 바다의 변화를 어민에게 알리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고등어·오징어·갈치·명태·참조기·마른 멸치 등 대중성 어종 6종을 대상으로 생산량, 산지 가격, 재고량, 수출·수입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급과 가격 변동성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