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모습. 뉴시스 |
계속된 윤 대통령의 출석 불응에 지역민은 물론 정치권, 학계 등 각계에서는 “법치국가의 위상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구속영장 청구 등 신속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일 정치권 및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출석을 요구한 마감 시한인 이날 오전 10시까지도 정부과천청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앞서 1차 소환 통보를 통해 지난 18일까지 출석을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이 이에 불응하자 이날 오전 10시까지 2차 출석을 통보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2차 출석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지난 24일 윤 대통령 측 법률 조력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아직 여건이 안 됐다는 정도로 말씀드리겠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 절차가 적어도 좀 가닥이 잡히고 난 뒤, 재판관들이나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입장이 설명이 된 상태가 돼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공수처의 소환 통보에 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통보 시한이 오전 10시이였기 때문에 사실상 이 시간 이후로는 소환 조사에 불응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3차 출석 통보 및 체포영장 청구를 함께 검토할 예정이나,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출석 불응에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스스로를 법치주의자라 했던 윤석열의 모습은 어디로 갔느냐. 위헌적 계엄을 정당화하더니 이제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까지 깡그리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이냐”며 “수사를 거부하고 시간을 끌면 내란죄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질책했다.
이어 “공수처는 윤석열 내란 사건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즉시 내란수괴에 대한 체포와 구속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수사기관의 강력하고 빠른 대응을 강조했다.
지역민들도 윤 대통령의 불출석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시민 조상현(30)씨는 “내란 범죄는 최고 사형까지 가능한 중범죄인만큼, 비상계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단순히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불출석하는 것은 특혜”라며 “사실상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양곡법 등을 거부한 것도 본인을 임명한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제대로 된 처벌을 위해서라도 빠른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18 시절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던 고등학생”이었다고 말문을 연 영광군민 이모(60)씨는 “당시 밤마다 불이 새어 나갈까 이불로 창문을 막아놓고 살았던 엄혹함이 기억난다. 호남인에게 계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며 “평생 잘 먹고 잘 살다 간 전두환처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시대와 시민의식이 달라진 만큼 윤석열 대통령 또한 조속한 조사를 통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한 명의 시민으로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가진 특수지위를 활용해 수사를 방해·지연하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고 있다”면서 “이는 법치국가의 위상을 현저히 떨어트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 교수는 “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의 위신마저 한순간에 추락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피해 등 2차 피해도 극심한 상황인만큼 국민과 사법부를 희롱하는 윤 대통령의 처사를 하루빨리 단죄해야 한다. 공수처 또한 구속영장 청구 등 더 강하고 빠른 대응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해남군완도군진도군)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심판과 공수처 수사 사이에서 마치 홈쇼핑을 하듯 선택지를 두고 이리저리 고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윤 대통령 긴급체포와 헌법재판소 재판관 완전체 구상을 통해 신속하게 헌법재판소 심판을 하는 것이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고 안정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오지현·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