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24일 SNS에 글을 올려 ‘이승환 가수 콘서트 광주 개최’를 제안(왼쪽), 가수 이승환이 ‘민주화의 성지 공연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정성현 기자 |
25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전날 강기정 시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이승환 공연 취소를 언급하며 “그럼 광주에서 합시다. 이승환 가수를 광주로 초대한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계엄이 얼마나 황당하고 엉터리였으면 K-팝을 응원하는 청소년들이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섰겠는가”라며 “우리를 지치지 않게 해주는 에너지, 바로 K-팝”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승환은 페이스북에 강 시장의 글을 공유하며 “감사하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의 공연을 기대한다”고 즉각 화답했다.
앞서 구미시는 이날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승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 대관’을 보수세력 충돌 및 정치적 선동 금지 서약서 작성 거부 등을 이유로 공연 이틀 전에 일방적 취소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 20일 이승환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지만 ‘날인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승환의) 나이가 60세인데 전국 공연이 있으면 정치적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상황과 시민 분열에 대해 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구미지역 시민단체의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김 시장의 발언은 이승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전날인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탄핵촛불문화제’ 무대에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미시가 이승환 측에 보낸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 이승환이 날인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대관 장소가 일방적 취소됐다. 정성현 기자 |
지역 예술인들은 “문화예술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시민의 문화향유권이 침해됐다”며 구미시의 사과를 촉구했다.
전남연예예술인총연합회 영광지회 관계자는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정치적 언행 금지’ 조항을 담은 서약서를 제시하는 건 난생 처음 본 풍경”이라며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왜 항상 예술인들이 정치의 표적·희생양이 돼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미시의 결정이 앞으로 또다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명분이 될까 두렵다. 시민분열을 자초한 구미시는 예술인들에 사과해야 한다”며 “이승환 콘서트가 광주·전남에서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기회로 ‘민주화 성지’ 호남에서 꼭 뵙길 바란다. 지역 예술인도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기정 시장의 제안 이후 이날까지 공식적으로 광주지역 콘서트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승환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상태로, 조만간 관련 협의를 논의해 가기로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시는 ‘K-컬쳐와 정치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가수 측으로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긍정적 회신이 온 만큼 조만간 정식 대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 정국 이후 시민 정서·경기 체감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번 콘서트가 개최되면 소비 촉진과 더불어 시민들에게 연말연초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