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 부진까지 줄줄이 이어진 ‘외인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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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부상에 부진까지 줄줄이 이어진 ‘외인 잔혹사’
‘K리그1 잔류’ 광주FC 2024시즌 결산 ⑥ 부실한 외인 라인업
가브리엘 유일한 존재감 발휘
아사니는 난조·부상으로 발목
베카·브루노·빅톨 영향력 미미
포포비치는 향수병 임대 아웃
  • 입력 : 2024. 12.25(수) 13:31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광주FC 알렉스 포포비치가 지난 3월3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은행 K리그1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역전패한 뒤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축구를 비롯해 야구와 배구, 농구 등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외인 농사의 성패가 시즌 전체의 흐름을 판가름하는 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올해 K리그1 우승 팀 울산HDFC는 에사카 아타루와 다리얀 보야니치, 구스타브 루빅손을 시즌의 절반인 19경기 이상 활용했다. 또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마틴 아담과 켈빈의 계약을 해지한 뒤 야고 카리엘로와 기오르기 아라비제를 영입해 무게감을 더했다.

반면 광주FC는 외국인 선수의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아시아 쿼터까지 5+1의 외국인 선수 한도를 모두 채웠음에도 여섯 명을 모두 합쳐 87경기(평균 14.5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유일하게 존재감을 발휘했던 외인은 가브리엘 티그랑이다. 가브리엘은 올 시즌 33경기에 출장해 7득점과 5도움을 기록했다. 여섯 명의 외인 중 유일하게 시즌의 절반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해 33경기에서 7득점과 3도움을 기록하며 광주가 K리그1 3위를 기록, 사상 첫 아시아 무대에 진출하는데 큰 공을 세웠던 자시르 아사니는 무성한 이적설에 휩싸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동행을 이어갔다.

아사니는 올 시즌 13경기에 나서 3득점을 터트리는데 그쳤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그는 1차 전지훈련 막바지 체중이 불어난 상태로 팀에 합류했고, 2차 전지훈련에서야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정효 감독은 몸 상태가 완벽히 올라오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아사니를 러닝부터 단계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도록 했다. 하지만 아사니는 개막 후에도 알바니아 국가대표팀 소집으로 유럽을 오갔고, 허벅지 부상도 겹쳤다.

결국 전반기에는 6라운드 김천전에서 교체 투입돼 20분을 소화하는데 그쳤고, 이미 정규 라운드가 두 바퀴를 돈 24라운드 대구전에서야 복귀전을 치르며 뒤늦게 전력에 가세했다.

아사니가 복귀 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 감독의 믿음 속에 44번에서 7번으로 등번호를 변경한 아사니는 24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15경기 중 12경기에 출전했다. 출전하지 않은 3경기는 모두 국가대표팀 소집 직후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에서 광주 유니폼을 입은 뒤 10경기에서 2득점을 터트리며 적응을 마친 베카 미켈타제도 아쉬움을 남겼다. 베카는 올 시즌 잔부상에 시달리며 18경기에서 3득점 1도움으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남기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영입한 빅톨과 브루노 올리베이라도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장신 공격수로 기대를 모았던 빅톨은 전반기 9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후반기에는 훈련장 사정으로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됐다.

겨울 이적 시장이 닫히기 직전에 계약을 맺으며 개막 이후에 합류한 브루노 역시 19라운드 수원전에서 데뷔전을 치렀지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네 경기 만에 밀려났고, 부상까지 더해지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알렉스 포포비치는 아예 팀을 떠났다. 이 감독은 포포비치를 주포지션인 중앙 수비뿐만 아니라 측면 수비로도 기용하며 폭넓은 기회를 줬지만 한국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몇 차례 반복된 실수에 자신감을 잃으며 향수병까지 호소한 포포비치는 결국 광주에서 10경기 만을 소화한 채 호주 A리그 시드니 FC로 임대되며 모국 무대로 복귀했다.

외국인 선수 구성 문제는 다음 시즌에도 광주에게 딜레마가 될 전망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5시즌부터 아시아 쿼터를 폐지해 국적에 관계없이 외국인 선수를 최대 6명까지 활용토록 했는데 자본이 넉넉지 않은 구단으로서는 검증된 자원을 품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올 시즌처럼 숨겨진 원석을 발굴해 보석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K리그를 통틀어도 새로운 얼굴의 성공 사례가 많지는 않고, 최근 외국인 선수 시장 거품이 이어지고 있어 선뜻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