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대회 병행에 역부족이었던 ‘얇은 선수층’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광주FC
3개 대회 병행에 역부족이었던 ‘얇은 선수층’
‘K리그1 잔류’ 광주FC 2024시즌 결산 ③
이순민·아론·티모 등 출혈 발생
예산 문제로 유망주 대거 영입
수비형 미드필더 충원에 어려움
전반적 경기력 저하 문제 직결
  • 입력 : 2024. 12.11(수) 16:53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광주FC 정호연(가운데)이 지난달 10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유나이티드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뒤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FC가 지난해 K리그1 3위와 아시아 무대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데는 각각의 포지션에서 큰 공백 없이 자리를 지켜준 주축 선수들의 존재감이 컸다. 두현석과 자시르 아사니, 안영규, 이순민, 이희균, 정호연, 허율 등 15명의 선수가 시즌의 3분의 2인 26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26경기 이상을 소화한 선수가 가브리엘 티그랑과 김경민, 김진호, 문민서, 이건희, 정호연, 최경록, 허율 등 11명으로 줄었다. 선발과 교체까지 한 경기에 최대 16명이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라인업의 변동 폭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장 타격이 컸던 부분은 수비다. 광주FC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순민과 티모 레츠셰흐트, 아론 칼버 등을 떠나보냈다. 이순민은 35경기, 티모는 27경기를 소화했고 아론 역시 부상 공백에도 20경기를 뛰며 힘을 보탠 주축 수비 자원이었다.

이순민의 존재감은 대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지난해 이정효 감독에게 이순민과 정호연은 부동의 중원 조합이었다. 이 감독은 이순민에게 수비, 정호연에게 공격 역할을 부여했고 박한빈과 이강현이 뒤를 받쳤다.

특히 이순민은 지난해 수비형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중앙 수비와 측면 수비까지 소화할 수 있는 팔색조로 거듭났다. 수비적으로 공백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옵션이었던 셈이다.

또 최근 K리그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 자원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광주는 김진호로 측면 수비, 변준수와 알렉스 포포비치, 브루노 올리베이라로 중앙 수비를 보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끝내 수비형 미드필더를 찾지 못했다.

광주FC의 재정이 즉시 전력감을 수혈할 만큼 풍족하지 못한 부분도 발목을 잡았다. 이 감독 체제에서 두 시즌 연속 호성적을 내면서 선수단 연봉이 인상된 상황이었고, K리그 연봉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상황으로 이적 시장에서 즉시 전력감에 예산을 집중하는 대신 유망 자원에 분산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선수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도 모두 이 기조에 해당했고 즉시 전력감이라고 할만한 선수는 고교 졸업 직후 해외 진출로 K리그 데뷔 첫해 최저 연봉을 받아야 하는 최경록뿐이었다.

유망 자원을 대거 영입하며 전체 선수단 규모는 지난해 32명에서 올해 39명(종료 시점 36명)으로 확대됐지만 주축 선수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마땅치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변수가 발생했을 때 포지션 변경으로 활로를 찾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었다.

허율이 최전방 공격수에서 중앙 수비로, 정호연이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최경록이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조성권과 김경재가 중앙 수비에서 측면 수비로 가는 등 여러 선수들이 멀티 포지션을 소화했다.

이런 과정들은 결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47득점과 35실점을 기록하며 득실 마진 +12를 기록했던 광주FC는 올해 42득점과 49실점으로 저조했고, 득실 마진은 -7에 그쳤다. 승점 역시 3위에서 9위, 승점도 59점에서 47점으로 하락했다.

1부리그 잔류에는 성공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텨내는 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K리그와 코리아컵,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를 병행해야 하는 선수단의 과부하는 쉽게 해결되지 못할 전망이다.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올해보다 연봉 총액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고,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도 불가피하다. 연봉 총액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수단 규모도 더 줄여야 하는데 3개 대회를 병행하기에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 투자로도 부족하다는 것이 광주FC가 확인한 현실이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