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지 광주시의회 부의장이 27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329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 개최를 알리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
광주시의회는 27일 제2차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하반기 추경예산 의결을 마쳤다. 이 안에는 광주시가 편성했다 전액 삭감된 ‘광주FC ACLE 대회개최지원금’ 10억6900만원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선수영입 이적료 4억7300만원 △경기장 시설 조성 2억5000만원 △홈경기 관리비 2억원 △홈경기 진행 1억100만원 △ACLE 홍보비 4500만원 등이다.
앞서 지난 25일 의회 예산결산특별위·교육문화위는 ‘광주FC가 올해 본예산·1차 추경 심의에서 예산안을 제출하지 않고 하반기 '선지출 후보존'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전액 삭감을 결정했다.
심창욱 교문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구단의 ACLE참가가 확정됐으나 전반기 추경에 해당 금액을 편성하지 않고 하반기 추경에 신청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예산 내역을 보면 이미 비용 처리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아무 협의 없이 지출한 뒤 보전을 명목으로 (시의회 추경을) 신청한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예산이 예결위서 부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으나, 그 사이 유감을 표명하는 광주FC 입장문이 발표되면서 의원들 사이에는 ‘구단에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최종 의결 직전 고광완 행정부시장의 ‘숙고 요청’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석호 의원(예결위·교문위)은 “광주FC 노동일 대표가 시의회가 시민구단을 버렸다고 얘기했다. 이는 의회를 경시한 처사다. 의원들은 시민의 대표로 와 있는 것”이라며 “행정절차 문제에 대해 교문위에서 지적했으니 (예결위서) 재논의해 보자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구단의 유감 표명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결국 광주FC의 입장문 발표가 시의원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광주FC는 입장문을 통해 “광주시의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요청했던 것은 광주시민구단으로서 (시민의) 자긍심을 북돋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시의회가)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지, 도움을 주지 않는 결정에 안타깝다”고 밝혔다.
현재 광주FC는 대출 자금과 이자를 포함해 55억원의 채무를 안고 있어, 빚을 털어내지 못할 경우 프로축구연맹의 재정 건전화 정책에 따라 K리그 1부리그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지난 9월5일 광주 서구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24 광주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E) 출정식 모습. 광주시 제공 |
노동일 대표는 “광주시에서 (세수 부족 등으로) 잠시 버텨달라고 했다. 그간 예산을 신청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며 “ACLE 지원금도 선수·구장 운영비 등 대회를 진행하며 지급해야할 비용을 줄이고 줄여 올린 것이다. 추경서 상세히 설명해야 했는데 구단 상황을 잘 아는 공무원들이 최근 다른 보직으로 옮겨가면서 항변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추경이 마무리되면서 광주FC는 사실상 온전히 ACLE 비용을 감내해야 할 상황에 부닥쳤다. 이제 유일한 방법은 내주 진행되는 내년도 본예산 심의 뿐이다. 다만 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 지원까지 과제가 산적하다.
익명을 요청한 모 상임위 의원은 “광주FC가 현 상황을 극복하려면 대표 등 관계자가 의회에 나와 문제로 제기된 것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의원들 모두 구단이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본예산서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 그전에 (예산 신청·입장문 등) 성급하게 벌어지면서 나온 일들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동일 대표는 “광주를 빛내는 선수·코치들을 위해 언제든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식적으로 요청이 오면 나가겠다. 사과와 함께 상세한 설명으로 오해를 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