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광주 남구 일대에서 남구 교통지도과 직원 남호철·김민지씨, 대학생 이민규군이 불법 주정차 단속을 펼쳤다. 윤준명 기자 |
일일 불법주정차 지도원 대학생 이민규(19)군이 상가건물 앞 인도 위 불법 주차된 차량에 계도문을 올려놓는 순간 인근 상가에 있던 차량 주인이 뛰어나와 소리쳤다.
차량 주인은 “지금 내 차에 스티커를 붙인 것이냐. 잠깐 주차했는데 왜 단속하느냐”며 언성을 높였고, 이때 남구 교통지도과 직원 김미진씨가 나서 “스티커가 아닌 계도문이다. 인도는 6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 중 한 곳으로, 주정차가 절대 불가능한 구역이다”고 차근히 설명했다. 이어 “잠깐의 주차라도 보행자의 안전과 교통 흐름에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계도문을 통해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설명에 차량 주인은 멋쩍은 듯 돌아서면서도, 짜증스러운 불만을 내뱉으며 차량을 몰고 현장을 떠났다.
지난 21일 오후 2시께 광주 남구 도심 일대에서는 교통지도과 직원과 주민이 함께하는 특별한 불법 주정차 단속이 진행됐다. 광주 남구가 운영하는 불법 주정차 단속 참관제로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각각 주민과 청소년 신청자 2명을 대상으로 단속 현장에 직접 참여할 기회가 제공된다.
지난 21일 오후 광주 남구 일대에서 남구 교통지도과 직원 남호철·김민지씨, 대학생 이민규군이 불법 주정차 단속을 펼쳤다. 차량 대시보드에 붙은 자동 번호 인식기의 모습. 윤준명 기자 |
이날 펼쳐진 동행 단속은 주민 계도를 목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단속 알림을 통한 불법 주정차 해소와 계도문 배부에 중점을 두고 펼쳐졌다. 어린이 보호구역과 같은 보행자 안전 취약지는 물론, 상가 밀집지 등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 중심으로 단속이 진행됐다. 단속이 시작되자마자 갓길의 불법 주정차량들이 자동단속을 설정한 카메라에 인식돼 줄줄이 적발됐다.
이날 홀로 단속에 참관한 이민규군이 계도문을 차량 창문에 올려두는 동안 사이렌 소리와 단속 문자 알림을 확인한 시민들이 인근 건물에서 서둘러 뛰어나왔다. 대다수 운전자는 “금방 차량을 옮기겠다.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냐. 한 번만 봐달라”며 읍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일부 운전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잠깐 차량을 댔을 뿐인데 왜 단속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오후 광주 남구의 한 상가 앞 불법 주정차량에 이민규군이 ‘바른주차 안내문’을 올려두고 있다. 윤준명 기자 |
그는 단속 현장에서 겪은 황당한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남씨는 “한번은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상가에서 장난감 비비탄총으로 내 머리를 겨냥하고 발사해 부상을 당한 적도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단속과정에서 일부 운전자들은 담배를 피우는 척하면서 일부러 몸으로 차량 번호판을 가리거나, 후면 번호판이 보이지 않게 차량을 뒷차와 바짝 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미진씨는 “단속 카메라는 360도 회전이 가능해 전면과 후면 번호판 모두 촬영하고 단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일부러 차량 번호판을 박스나 기타 사물로 가리는 경우, 과태료가 아닌 벌금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과태료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쓰기보다 애초에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오후 광주 남구의 한 상가 앞 교차로 모퉁이 불법 주정차량에 이민규군이 ‘바른주차 안내문’을 올려두고 있다. 윤준명 기자 |
이민규군은 “내가 사는 남구의 교통 문제에 관심이 많아 참관을 신청했다. 단속 참관을 마쳐 보니, 불법 주정차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며 “특히 보행자와 교통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역에서 불법 주정차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모습을 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과 각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상태 남구 교통지도팀장은 “주민들의 주차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 불법 주정차의 심각성과 위험성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동참을 당부한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을 통해 안전한 교통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