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아름다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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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아름다운 눈물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4. 08.01(목) 17:24
이용환 논설실장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아름답고 힘이 있다.” 지난 2022년 타개한 이어령 선생이 마지막까지 천착했던 화두는 ‘눈물’이었다. 죽음을 앞두고도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이어령.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말’을 노트에 써내려가면서 그가 발견한 것은 ‘눈물 한 방울’이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작은 눈물방울이 품은 관용과 사랑에서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씨앗을 봤다.” 2022년 6월 발간된 그의 유고집 ‘눈물 한 방울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에 나오는 이야기다.

“행복해지려거든 마음껏 울어라.” 지난 2005년 일본의 한 시사주간지가 30~40대 성인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눈물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울 줄 아는 사람이 일도 잘 하고 사회생활도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설문을 맡았던 연구진의 결론도 ‘눈물은 참을수록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가능한 오래 격렬하게 우는 것이 좋다. 마음껏 우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는 것이다.

심리학에 나오는 ‘다이애나 효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1997년 8월,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영국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상한 것은 애도기간 영국의 정신병원과 심리상담소에 우울증 환자의 방문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었다. 이후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 다이애나의 사망을 슬퍼하며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정신과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가 우울증의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밝혀졌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감동 등의 감정을 제어하는 눈물의 카타르시스 효과다.

제33회 파리 올림픽이 중반으로 치닫으며 아쉬움과 회한, 기쁨과 감동의 눈물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광주 서구청 소속 한국 펜싱의 ‘맏 언니’ 강영미가 최선을 다한 눈물로 많은 이들을 울렸다. 양궁과 태권도, 유도 등의 종목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그동안의 중압감을 털어낸 감격의 눈물로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었다. 아쉬움이 만든 통한의 눈물과 후회의 눈물, 감동의 눈물은 이어령 선생의 말처럼 아름답고 힘이 있다.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눈물마저 마음대로 흘리지 못했던 올림픽 선수단. 그들의 ‘아름다운 눈물’이 우리에게는 희망이면서 행복이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