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옐로모바일’과 ‘큐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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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옐로모바일’과 ‘큐텐’
곽지혜 취재1부 기자
  • 입력 : 2024. 07.29(월) 18:32
곽지혜 기자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24시간 동안 사용자에게 모바일로 필요한 앱을 제공하겠습니다.”

10여년 전, 인터넷 업계에는 다수의 작은 기업들이 모여 커다란 비즈니스 플랫폼을 형성하는 ‘벤처연합 모델’이 급부상했다. 사용자의 24시간을 함께하는 ‘종합 모바일 포털’을 추구한 ‘옐로모바일’도 대표적인 벤처연합군 형태의 회사였다. 2년 만에 70개사를 인수·합병할 만큼 공격적인 M&A를 진행한 옐로모바일은 투자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엄청난 투자를 이끌어 내며 출범 1년 만에 쿠팡 다음으로 대한민국 2번째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짧았다. 나스닥상장을 목표로 계열사만 140여곳에 달할 정도로 몸집을 불렸지만, 옐로모바일은 이 수많은 계열사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진 못했다.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인한 과도한 적자, 계열사 간 갈등으로 옐로 모바일은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몇 해에 걸쳐 공중분해 된 옐로모바일은 현재 회사의 존폐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정산지연 사태를 빚고 있는 큐텐 그룹의 상황을 보고 옐로모바일을 떠올린다. 큐텐은 지난 수년간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미국의 WISH까지 인수하고 나섰는데, 역시 목표는 나스닥상장이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잇따라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했음에도 눈 감은 채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상장을 위한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정산지연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티몬과 위메프 본사 앞에 화가 난 소비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구영배 큐텐 대표가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사비를 털어서라도 이번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정산지연금을 충당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경영 혁신’과 ‘유럽 시장 공략’ 등을 운운하며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지연 금액은 지난 25일 기준 2134억원이다. 티몬이 1280억원, 위메프가 854억원인데, 이들이 사태 발생 이후 일부 소비자에 대해 환불을 진행한 액수는 각각 131억원과 43억원가량에 불과하다.

구 대표의 입장문에 따르면 큐텐은 이마저도 ‘양사(티몬·위메프)의 고객 피해 규모는 여행상품을 중심으로 합계 500억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1500억원이 넘는 차이가 어디서 발생한 것인지, 6~7월분 미정산금까지 더하면 총 규모가 1조원을 능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왜 일언반구 말이 없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올림픽에 잠 못 들고 열대야에 연신 몸을 뒤척이게 되는 여름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큐텐의 미정산 사태로 피해 입은 소비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올림픽도, 열대야 탓도 아닌 분통함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이번 사태에도 “포기하지 않고, 더 높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한 큐텐과 구 대표의 사그라들지 않는 욕심이 얼마나 더 많은 피해를 낳을지 가늠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