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일 광주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알락꼬리원숭이가 수박과 샤인머스캣 등 제철과일로 만든 얼음 특식을 먹으며 더위를 잊고 있다. 김양배 기자 |
4일 광주시·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광주 31명, 전남 200명으로 총 231명이며 이들 중 사망자는 1명이다.
체감온도 36.4도를 기록했던 지난 3일 오후 2시51분께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밭일하던 80대 여성 A씨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A씨를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하고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A씨의 체온은 42도로 측정됐으며 소방당국은 열사병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 10시10분께 북구 연제동 파크골프장에서도 야외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공공근로자 B(37)씨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B씨는 체온이 37.7도까지 오르며 손·입술 등에서 열경련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산농가가 밀집한 전남지역에서는 폭염으로 가축이 집단으로 폐사하는 등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전남 22개 시·군 중 15개 시·군의 60개 농가에서 가축 3만3639마리가 폐사했으며, 피해액은 4억4300만원 규모에 이른다.
폐사된 가축은 닭 3만1758마리, 돼지 1029마리, 오리 852마리로 현재까지 신고된 어패류나 작물 피해는 없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광주·전남 전역의 최고기온은 33~36도의 분포를 보였으며 제주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상태다.
특히 광주는 지난달 20일부터 17일째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폭염특보는 일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후텁지근한 열대야가 나타나는 날씨가 최소 열흘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이중 고기압’이 한반도 주변을 뒤덮으면서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지난 2018년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반도의 대기 상층은 티베트고기압이 차지해 고기압권에서 발생하는 ‘단열승온(斷熱昇溫)’ 현상에 따라, 중하층은 북태평양고기압에서 고온다습한 공기의 유입과 함께 햇볕에 공기가 달궈지면서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단열승온’은 단열 상태에서 공기의 부피가 수축하면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즉 대기 하층부터 상층까지 전 층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 찬 상황이다.
지난 1994년과 2018년에도 올해와 같이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강하게 발달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으면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난 바 있다.
정부와 관계부처는 지난 5월20일부터 오는 9월30일까지를 여름철 폭염 대책 기간으로 지정하고 폭염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폭염에 대비한 건강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물 자주 마시기 △더운 시간대 활동 자제 △매일 기온 확인하기 등을 제시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가장 더운 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작업이나 운동 등을 자제하고 시원한 곳에 머물러야 한다”며 “기온과 폭염특보 등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 더위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재해대응반을 운영하고 환풍기 등 시설·장비 지원을 확대해 가축 폭염 폐사 등 축산농가 피해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농가에서는 고온에 취약한 닭, 돼지 등이 폐사·성장 지연 등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축사 온도를 철저히 관리하고, 충분한 음수 제공 등 사양관리 요령에 따라 가축의 건강에 유의해 달라”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