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병원, 파업 전공의 미복귀 속 하반기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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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지역병원, 파업 전공의 미복귀 속 하반기 모집
전남대·조선대 사직서 수리 보류
레지던트·인턴 모집은 예정대로
사직 처리시 ‘수도권행’ 가능성
의사 국가시험도 파행 ‘불가피’
  • 입력 : 2024. 07.21(일) 18:10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바람을 쐬고 있다. 뉴시스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모집과 의사 국가시험 접수가 시작된다.

전국에서 1만여명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은 가운데, 광주 내 주요병원은 의대 증원 반발로 이탈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잠정 연기하고 하반기 수련 전공의 모집 정원을 확정·제출했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22일부터 각 수련 병원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련평가위)에 제출·신청한 올 하반기 전공의 정원에 따라 모집 절차에 나선다.

이달 말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하고 다음 달부터는 각 수련 병원 단위로 필기·실기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최종 합격하면 하반기 수련 일정이 9월1일부터 시작된다.

전남대병원은 진료 일선을 이탈한 전공의 231명의 사직서 수리를 보류한 채 수련평가위에 올 하반기 모집 정원으로 레지던트 28명만 신청했다.

조선대병원 역시 임용을 포기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100여 명의 사직서 처리를 잠정 보류키로 했다.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은 인턴 36명·레지던트 4명으로 확정, 수련 평가위에 제출한 상태다.

2차 의료기관이지만 수련 제도를 운영 중인 광주기독병원도 사직서를 낸 전공의 19명 중 4명만 사직 처리했다. 수련평가위에는 하반기 모집 전공의 정원으로 4명을 신청했다.

이들 병원 모두 하반기 모집 정원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와는 무관하며 이미 정원 미달인 일부 진료과에 한해 수련 전공의를 충원한다고 설명했다.

이탈 전공의 대다수가 복귀도, 사직도 거부한 채 현원만 차지한 상황에서도 복귀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뜻이다.

원래 전공의가 수련 도중 사직할 경우 ‘일 년 내 동일 과목과 연차’에 복귀할 수 없으나, 정부는 올해 9월 복귀하는 사직 전공의에 대해 수련 특례를 적용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수련병원과 정부 모두 의정 갈등 장기화 국면이 지속된다면 신규 충원도 여의치 않은 만큼, 이탈 전공의의 복귀 설득에 매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이 작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복귀하거나, 9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기보다는 일반의로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입대나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사례들이 이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의 경우 정부가 하반기 모집에 권역별 지원 제한조차 해제하면서 현 소속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면 ‘빅5’ 병원으로 대표되는 수도권으로의 의료 인재 유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사직 처리를 하면 해당 전공의들은 다음 달까지 수련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 모집에는 특례가 적용돼 기존 연차·과목으로 응시가 가능한 데다, 정부 방침 변화로 수련 환경이 좋은 수도권 병원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이유로 이탈 전공의 사직 처리는 그대로 둔 채, 정원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단체는 물론이고 의료계 전반에서 의대 증원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은 상황에서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6개월째 일선을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도 미달에 그칠 경우 올해 1년은 사실상 전공의 수련 체계가 ‘올스탑’되고 결국엔 지역 의료 인력 태부족만 심화될 수도 있다는 비관도 나온다.

여기에 의대생의 의사 면허 취득 관문인 국가시험도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2일부터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접수하는데 내년도 국시를 치러야 할 의대 본과 4학년 대부분이 이미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와 이듬해 1월 필기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의대생이 끝내 국시를 거부할 경우 매년 약 3000명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이 끊긴다. 이로 인한 전공의 감소, 전문의 배출도 밀릴 수밖에 없어 의료 현장의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