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하미술관 기획전시 ‘대지와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박문종 작 땅. 이강하미술관 제공 |
이번 전시는 이강하미술관에서 매년 ‘환경과 예술’이라는 주제로 이어오고 있는 시리즈 전시 중 하나다. 이강하미술관은 2020년 ‘환경과 예술’ 시리즈 전시를 시작했으며 △2020년 ‘지구와 미술관’ △2021년 ‘우주와 미술관’ △2022년 ‘바다와 미술관’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올해 기획인 ‘땅과 미술관’은 시기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마련돼 눈길을 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후위기나 환경오염에 대한 예술의 관점을 담아냈으며 모든 생태가 태초에 태어나 죽으면 다시 되돌아가는 ‘땅’을 통해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말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는 담양 박문종, 대구 정재훈, 제주 강술생, 서울 백인환 작가가 참여하며 이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지역을 자신만의 작품으로 구현시킨다. 갤러리의 공간은 어느새 담양의 붉은 땅을 지나, 대구의 거대한 연못을 돌고, 제주의 넓은 바다를 건너 서울의 높은 건물들을 넘나든다.
고향인 제주도를 주요 거점으로 삼아 창작 활동을 하는 생태 예술가 강술생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프린팅 작품 ‘씨 뿌리는 사람’ 등을 선보였다. 특히 관람자가 미술관에 구비된 콩을 직접 한개씩 옮겨 두는 등 참여형 설치작품이 이색적이다. 작물을 심고 기르고 수확하고 다시 심는 등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는 땅에서 흔들림 없는 대자연의 순환을 느낀다.
강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2022년 ‘500평 프로젝트’, 2021년 ‘씨앗의 희망’, 2020년 ‘마음의 집’ 등 개인전을 비롯해 대청호 환경미술제 ‘물의 시간: 마흔세 개의 봄’ 등 다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담양 출신 박문종 작가는 한지, 먹, 모내기판, 골판지, 황토물 등을 활용한 회화작품을 선보였다. 작품마다 황토를 덧대 완성한 동양적인 화풍과 투박한 농촌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실제 자신이 남도 농촌에서 생활한 이야기를 수묵으로 빼곡히 적었는데, 땅의 매개로 살아가는 인간의 순수함을 느낀다. 박 작가는 조선대학교 순수미술학과를 졸업하고 2022년 ‘나는 논에서 났다’, 2020년 ‘모내기’ 등 농촌과 관련된 다수의 개인전을 진행한 바 있다.
서울 출신 백인환 작가는 도심에서 발견한 다양한 땅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냈다. 인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설치물들이 엉킨 서울의 모습은 마치 ‘인공 자연’을 연상케 한다.
이강하미술관 기획전시 ‘대지와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정재훈 작 내가 사는 피부. 이강하미술관 제공 |
이번 전시는 참여자 예약을 통해 매일 오후 3시 도슨트 해설을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062-674-8515)로 문의.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