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져야 할 굴레, 親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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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워져야 할 굴레, 親盧
지난 10년동안 야권 핵심 대부분 해당
19대총선서 패권정치 상징으로 바뀌어
지역정가 "광주도 한때 모두가 '친노'
프레임 벗어나 盧 대통령 보내줘야"
  • 입력 : 2016. 05.25(수) 00:00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권양숙 여사가 지난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3일 치러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7주기에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친노 집결', '친노 부활'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 대부분이 일부 친노 지지자들이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에 대해 비아냥과 고성을 질렀다는 이야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지 7년이 됐지만, 그의 이름이 여전히 세상에 떠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친노'는 곧 '야당 파벌', '야당 계파주의'의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지난 4ㆍ13 총선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했던 말이 바로 이 '친노'였다. 그 탓인지 광주전남민들은 '친노'라는 말만 들어도 인상을 찌푸린다. 그렇다면 과연 '친노'는 실재하는가.

●야당 내분이 만들어낸 슬픈 상징

'친노' 1기라고 불려지는 집단은 지난 1980년대 만들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부림사건'의 변론을 맡으면서 문재인 대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여행사 대표)과 인연을 맺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로는 이호철 전 수석과 이광재 전 강원지사,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 등이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2년 14대 총선에서 낙선하자 이듬해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열었다. 이때 합류한 인사들이 안희정 충남지사, 서갑원 전 의원 등이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도 연구소장으로 영입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자리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386세대를 중심으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결성됐다. '노사모'에서는 배우 문성근과 명계남, 정청래 의원 등이 핵심멤버였다.

또 2002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가 있던 여의도 금강빌딩의 이름을 딴 '금강팀'에 염동연 전 의원과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이 당내 조직 총괄을, 유시민 전 국민참여당 대표, 정태인ㆍ유종일 교수 등이 정책을 담당했다. 이해찬ㆍ천정배ㆍ이재정ㆍ임종석ㆍ김원기 의원, 원혜영 부천시장 등이 노 전 대통령을 도왔다.

'친노' 2기는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탄생한다. 같이 입성한 인사들과 더불어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들이 추가됐다. 관료 출신 가운데 청와대로 유입된 친노로는 이용섭ㆍ김진표ㆍ송민순 전 의원 등이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 열린우리당은 갈라졌지만 '친노'의 개념은 명실공히 노 전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그를 도와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권력의 핵심에 있었고, 또는 후방에서 지원했다.

지난 4ㆍ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002년부터 야권에서는 '친노'가 아닌 사람이 있었느냐. 우리 모두 노 전 대통령을 믿고 따랐으며, 그와 같이 일을 했다"며 "'친노'라는 의미가 패권주의가 된 것이 스스로에게 침 뱉는 것"이라고 했다.

'친노'가 패권주의로 둔갑한 것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친노가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한국노총, 진보시민단체 등과 합쳐 민주통합당이 탄생하면서부터였다. 같은 해 1ㆍ15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쥔 한명숙 민주통합당 초대 당대표가 김기식ㆍ남윤인순ㆍ도종환ㆍ은수미 등 시민단체 인사들을 비례대표로 공천해 국회에 대거 입성시키고, 제19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면서 계파주의의 대명사인 '친노'가 탄생한다. 실권을 쥐게 된 이들이 대부분 노 전 대통령 측근이었고 외부 인사들의 비중이 줄어드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고, 그동안 아웃사이더로 있던 인사들이 대거 반발하기 시작했다. 호남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가세해 '친노'를 몰아붙였다.

결론적으로 '친노'는 지난 10년동안 야권에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의 대부분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그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패권주의로 프레임화 됐다. 언론의 가열찬 협조도 있었다. 실체가 없는데 존재가 위협이 된 것이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 보내줘야…"

지역정가에서는 '친노'와 관련해 이제 노 전 대통령을 보내줘야 한다고 말한다.

광주시의회 한 의원은 "지난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때 광주시민들이 도청분수대로 나가 만세를 불렀다. 노사모도 광주 사람들이 상당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죄인이 되고 있다. 누군의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정준혁(43)씨는 "'친노'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광주도 한때 모두 '친노'였다. 권력의 중심에 서서 일을 못한 사람들을 비판해야지, 그들을 '친노'라고 묶는 것은 과거 5공화국 시절 횡행한 '빨갱이 몰기'와 다를게 뭐가 있느냐"며 "이제는 프레임에 어리석게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소정(31)씨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던 사람들을 '친김'이라고 안하 듯, 이제 더이상 광주에서 '친노'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한다"며 "오는 대선에서 '친노'를 들먹이는 야당인사가 있다면 그 사람부터 배제할 것"이라고 답했다.

노병하 기자 bhr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