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그루밍, 모르고 당하는 아동·청소년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온라인그루밍, 모르고 당하는 아동·청소년들
●온라인 늪에 빠지는 아이들(하)||가·피해자 대부분 “범죄 몰랐다” ||예방교육 대상 저학년까지 낮춰야 ||10명중 8명 “해바라기센터 몰라” ||영상삭제 등 피해 구제 홍보 강화
  • 입력 : 2022. 10.05(수) 17:28
  • 김혜인 기자
최홍은 편집디자인
채팅 등을 통해 아이들을 길들이는 온라인그루밍의 피해를 확산시키는 원인으로 아동·청소년의 인식 부족이 지목된다. 대부분의 온라인그루밍 피해자는 이것이 범죄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상담소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범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 연령을 낮추고 지원기관이나 제도의 인지도를 높이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5일 광주해바라기센터 등 성폭력 상담기관 등에 따르면 온라인그루밍으로 상담소를 방문하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범죄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아 광주해바라기센터(아동) 부소장은 "온라인그루밍이 범죄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피해학생들이 많다"며 "심지어 가해자들 또한 강간, 성매매 같은 대면범죄보다 죄질을 낮게 보고 '장난이었다', '이렇게 심각한 건 줄 몰랐다'며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이가 어린 가해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장난이나 호기심 수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이어 "청소년기에 갖는 성적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아이들이 올바른 성 관념과 경각심을 갖도록 충분한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교육을 통한 예방 효과는 통계에서도 입증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올해 3월에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연구)'에 따르면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집단에 비해 그렇지 않은 집단이 온라인그루밍 접근에 대해 쉽게 호응했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특정 시기에 디지털 성범죄에 취약할 것으로 추정되는 결과들이 발견됐다. 가령, 중학교 1~2학년 시기의 여자 청소년들이 온라인으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방어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면서 "범죄 노출 연령 또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최소한 초등학교 시점까지 교육 연령대를 앞당겨 온라인그루밍 기법과 대응방안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교육과 함께 피해 발생 시 구제할 수 있는 지원기관이나 제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 광주시가 운영 중인 성범죄 관련 기관은 인구협회 성폭력상담소, 광주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광주시 디지털 성범죄 특화상담소)다. 이외에도 민간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해바라기센터 아동형과 위기형, 두 곳이 있다.

하지만 광주 청소년들 중 이 기관을 알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 관련 기관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의 인지도는 21%에 불과했다.

성범죄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영상 삭제 제도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는 성폭력특례법과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른 불법촬영물, 합성 ‧ 편집물, 비동의유포물 및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온라인상에 유포되었거나 유포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해당 피해 촬영물의 유통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삭제 지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2년간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으며 피해 확대 정황이 남아있거나 당사자의 요청에 의해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박다현 광주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음에도 혹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국가의 지원을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 피해 영상에 대한 삭제 지원은 당사자에게만 통보되는 식인데도 학생들이 이러한 제도를 모르고 거액의 돈을 들여 민간 업체를 통해 삭제해나가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피해 영상이 온라인에 퍼진 이상 완전한 삭제란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 소지하고 유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신고와 함께 삭제 지원을 요청한다면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망설이지 말고 신속한 상담과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