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명장> "미용인으로서 자부심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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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명인·명장> "미용인으로서 자부심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어"
‘충장로의 보물’ 동구의 명인·명장을 찾아서||24. 이숙자 미용 명장||‘주경야독’ 1년만에 기능대회 금상 ||기술 배웠던 중앙학원서 교육자로 ||2020년 우수 숙련·광주 명장 선정 ||“미용산업 발전·후학 양성에 최선”
  • 입력 : 2022. 09.22(목) 18:10
  • 곽지혜 기자

이숙자 미용 명장은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꼭 사람의 손으로만 이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미용기술이야말로 사람의 손끝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꼭 사람의 손으로만 이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숙자 미용 명장은 미용기술이야말로 사람의 손끝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아카시아 꽃줄기와 아궁이 부지깽이로 머리를 곱슬곱슬하게 말며 놀았던 여자아이는 어느덧 광주시 미용 명장으로 우뚝 섰다.

현장에서 고객의 머리를 만지는 일도, 교육자로서 후배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미용 기술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잠을 줄여가며 일했다.

미용산업 발전을 위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이숙자 미용 명장의 인생을 들여다봤다.

광주 동구 수기동에 위치한 광주중앙헤어스튜디오에서 이숙자 미용 명장이 손님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 '주경야독'으로 미용 실력 쌓아

나주 금천면에서 태어난 이숙자 명장은 그 시절 여느 가정이 그랬듯 넉넉지 못한 형편에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기술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1982년, 열여섯에 불과했지만 당시 가장 규모가 컸던 광주중앙미용학원에서 기본적인 기술을 익힌 뒤 보조원으로 취업한지 1년여 만에 광주기능대회에서 금상을 따낼 정도로 습득력이 빨랐다.

이 명장은 "처음 취업한 미장원에 디자이너 선배가 그해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는데, 나도 빨리 기술을 익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당시에는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울 때라 낮에는 보조일을 하고 밤에는 잠을 줄여가며 연습을 하니 바로 다음 해에 원장님이 기능대회에 출전해보라고 권하셨다"고 회상했다.

이후 광주시 대표로 전국 대회에 연이어 출전하는 등 실력을 쌓아갔다.

이 명장은 "지금은 미용 기능대회에서 마네킹 헤어만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마네킹 절반, 실제 모델이 절반의 비율로 함께해야 했는데 머리는 물론, 화장이나 의상까지 모두 챙겨서 나가야 했다"며 "낮에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작업들은 모두 퇴근 후에나 할 수 있으니 날 밤을 새워가며 준비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실력이 쌓여갈수록 열정은 더 커졌다. 하면 할수록 미용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던 이 명장은 비록 전국대회에서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그 시간들이 디자이너로 더욱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하게 됐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이 명장은 "대회를 나가기 위해 가리지 않고 이 작품 저 작품 손으로 만지다 보니 '내 손에서도 이런 작품이 나오네'하면서 정말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며 "대회 준비하면서 접했던 다양한 기술들을 손님들한테도 적용해보면 좋겠구나 싶은 마음에 더 성장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8월 이숙자 미용 명장이 광주시 뷰티전문 인프라 명장·명인 도제교육에서 학생 및 후배들에게 숙련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뷰티전문 인프라 명장·명인 도제교육은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중앙미용직업전문학교와 함께 명인·명장 및 최신 트렌드 전문가들을 초빙해 취업 예정자와 뷰티 창업자들의 실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숙자 미용 명장 제공

● 미용 교육자로서 '제2의 길'

광주의 여러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실력을 쌓던 이 명장에게 1995년께 처음 미용기술을 배웠던 중앙미용학원에서 강사직 제안이 들어왔다. 그렇게 이 명장은 디자이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용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명장은 "우연히 일하던 곳에서 중앙미용학원 원장님을 만나게 됐는데 '우리 학원에 강사 한번 해볼래'라고 권유하셨다"며 "제가 학교를 제대로 졸업한 것도 아니고 미용일도 아직 좋은데 한사코 거절했더니, 그러면 미용실 일을 하면서 틈틈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는 말에 강사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이 명장은 미용실 일에 학원 강의,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치르며 정신없이 20, 30대를 보냈다.

실무적인 부분만을 중심으로 강의를 하다보니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는 욕심이 들어 당시 광주보건대학교 피부미용과를 전공하고 광주여자대학에 편입학을 해 미용학박사까지 취득하며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더욱 쌓아나갔다.

이 명장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웠던 것 같다"며 "안되면 두 번, 세 번, 네 번 될 때까지 알려주고 또 그것을 끝끝내 해내는 제자들을 보면서 미용 교육에 오래도록 몸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현장일과 미용 교육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지금의 광주중앙헤어스튜디오가 탄생했다.

이 명장은 "강사로 활동하다 보니 현장도 좀 그립고 또 학원에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용을 포기하려고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교육을 좀 더 시키면 이 친구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가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명장의 실력과 인성을 눈여겨보던 중앙미용학원장은 학원 안에 광주중앙헤어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업체를 차리도록 해줬다.

이후 이 명장은 중앙헤어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중앙미용직업전문학교 교장 등을 역임, 헤어디자이너와 교육자로서의 두 가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숙자 미용 명장은 지난 30여년간 소외계층이나 요양시설, 군부대 등에서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지역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숙자 미용 명장 제공

● "미용산업 발전 위해 최선"

지난 2020년 미용업계 후진 양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 우수 숙련기술자로 선정된 이 명장은 같은 해 바로 광주시 미용 명장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명장은 "그냥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은데 광주시 명장을 준비하면서 제가 지금까지 열심히 걸어온 길을 한 번쯤 되돌아볼 수도 있었고, 또 선정까지 돼서 내가 그동안 헛살지는 않았구나 싶었다"며 "정말 영광스러웠고, 앞으로 광주 또 대한민국 미용산업 발전을 위해 더욱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광주시에서 마련한 '뷰티전문 인프라 명장·명인 도제교육'을 통해 광주시 미용 명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도제교육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민간단체와 명인, 명장, 기능장 등을 활용한 후학양성 교육으로, 이 명장과 김진숙 대한민국 미용 명장 등 다양한 숙련기술자들이 참여해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지난해 40여명 규모로 진행된 도제교육은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올해 80여명 규모로 진행 중이다.

이 명장은 "도제교육의 미용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물론, 지금 현장에서 미용업에 종사하시는 분들한테도 최신 트렌드 기술이라든지 하는 부분을 전수해줄 수 있기 때문에 반응이 꽤 좋다"며 "후배들이 정말 미용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교육들을 기획하는 등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겠다"고 전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