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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부드럽고…'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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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부드럽고…'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윤곽'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발표
작가 80명 참여…절반 신작 출품
네가지 소주제 통해 대주제 탐구
강연균·김민정 등 광주출신 포함
비엔날레관·박물관 등지서 전시

게재 2022-09-21 16:30:12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지난 20일 광주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 컨벤션홀에서 전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지난 20일 광주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 컨벤션홀에서 전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내년에 열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참여 작가와 전시작품 등 윤곽을 드러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를 주제로 내년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을 비롯해 전시 주제, 전시 작품, 전시 장소 등에 대한 세부내용을 21일 발표했다.

세계 각국 80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40여명 이상의 작가들이 신규 커미션 및 신작을 출품한다. 전시기획은 이숙경 예술감독이 이끌며, 협력 큐레이터로 케린 그린버그, 보조 큐레이터 임수영·최장현이 함께 한다.

도가의 근본 사상을 담은 '도덕경'에서 차용해 온 전시 주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을 함축하며,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 등 네 가지 소주제를 통해 대주제를 탐구한다.

주 전시는 비엔날레관에서 열린다. 작품별 특성을 고려해 역사 유물을 재해석하는 작품은 국립광주박물관, 자연 채광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작품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전시된다.

○중심과 변방의 해체…새로운 대안 제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근대주의, 서구 식민주의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지식 체계를 비평적으로 재평가하고, 각각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에 뿌리를 둔 대안적 지식 구조의 가능성을 가늠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에서 태어난 마윤키키의 작업은 아이누 예술가이자 음악가인 자신의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아이누는 홋카이도, 혼슈의 도호쿠 북부 등의 지역에 거주하던 선주민들로, 이들 대부분은 일본 근대화 이후 일본민족으로 편입되며 다른 토착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국가에 의해 지속적으로 배척과 차별을 당해왔다. 마윤키키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지금은 잊혀지거나 전승이 끊긴 아이누의 전통문화에 주목한다. 주디 왓슨은 원주민 사회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입증하는 사료를 작업의 일부로 사용하며 본인의 가족과 친지들이 감내해야 했던 억압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다루는 작품 세계를 발전시켜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은 퀸슬랜드에 위치한 여러 개울과 강에서 수집한 재료들을 이용하여 만든 회화 연작이다.

○한국 미술 다층적 역동성… 세계 미술과 매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다양한 세대의 근현대 한국 작가들을 아우르면서 그들의 작품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경험하고 기록한 강연균의 신작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화된 전후 시기 군부 독재와 소비주의를 비판적으로 담아낸 오윤의 작업과 공명하며 현재까지 지속되는 민주화운동의 유산을 목판화라는 매체를 통해 탐구한다. 또 지역 사회가 주도하고 참여하는 작업 방식을 광주로 옮겨 오는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의 예술가 모임 팡록 술랍의 작품과 궤를 같이한다.

이주의 경험을 토대로 작업하는 한국 작가들 또한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여기에는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다 광주로 기반을 옮겨 활동하며 건축이나 도시의 흔적을 소재로한 작업을 선보여 온 유지원을 비롯해 1990년대 이탈리아로 이주한 후 남프랑스 등지에서 작업하면서 한지를 이용해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김민정이 포함된다. 1970년대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김순기는 여러 차례에 걸친 답사를 통해 전남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시를 낭독하는 모습을 다채널 비디오 신작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이밖에 소비사회 욕망을 동서양의 혼성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해온 김기라와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을 몸을 통해 다뤄온 장지아 등이 참여한다. 특히 장지아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노동의 기구이자 고문의 도구였던 바퀴로 구성된 설치작업 '아름다운 도구들3(브레이킹 휠)'과 이와 연계된 청사진(cyanotype) 신작을 선보인다.

참여하는 한국 작가는 강연균, 김구림, 김기라, 김민정, 김순기, 엄정순, 오석근, 오윤, 유지원, 이건용, 이승택, 장지아 등이며, 이중 광주 출신 작가는 강연균, 김민정, 유지원 등이다.

○과정 중시 비엔날레… 공동체와 연대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과정 중심의 비엔날레이자 공동체와 연대하는 예술적 실천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처음으로 들어온 코끼리의 '수난 여정'을 따라가며 그 경로 선상에 있는 도시의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엄정순은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신작 '방 안의 코끼리 2023'을 선보인다. 이는 관객들이 조형물을 만져보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형 작업으로, 각 구조물에 입혀지는 색상 등은 여러 분야 연구자와의 협업을 통해 새롭게 감각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시각화한 것이다. 조형물의 형상은 작가가 오랫동안 진행해 온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협업한 작업을 토대로 한다. 1970년대 한국의 전위적인 미술을 이끌었던 김구림, 이건용, 이승택의 작품 세계 또한 관객 참여형 작업을 통해 재조명한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광주비엔날레로서 내년에 열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도 내실 있게 준비해나가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전시기획자인 이숙경 예술감독이 구현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다시 한번 광주비엔날레의 저력과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