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가성비 치킨' 등장에 가맹점은 '한숨·분노'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유통
대형마트 '가성비 치킨' 등장에 가맹점은 '한숨·분노'
홈플러스 ‘당당치킨’ 6999원 판매||고물가 여파 ‘오픈런’ 인기 이어져||프랜차이즈 업주들 ‘대기업 횡포’||“미끼상품, 소상공인 생계 위협”
  • 입력 : 2022. 08.10(수) 17:21
  • 곽지혜 기자

10일 오후 광주지역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후라이드 치킨이 모두 품절됐다는 소식에 다른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말복을 앞두고 유통계에서 대표 외식 메뉴인 '치킨' 가격이 '뜨거운 감자'다.

고물가 시대에 대형마트들이 잇따라 '가성비' 치킨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대기업의 횡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아닌 '치킨 가격' 논란은 지난 6월 말 홈플러스가 '물가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당당치킨'이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시작됐다.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에 69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갓성비' 치킨으로 입소문을 타며 제품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10일 오후 3시께 찾은 광주지역 한 홈플러스의 조리코너에서는 1마리에 6990원, 2마리 9900원에 판매하고 있는 후라이드 치킨이 모두 품절된 상태였다.

이 매장에서는 오후 3시부터 1인 1팩 제한으로 20팩의 후라이드 치킨을 한정판매하고 있다.

치킨을 사러 왔던 한모(22·동구 계림동)씨는 "3시부터 판매를 한다고 해서 시간을 맞춰왔는데 10분도 안돼 모두 품절되서 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출시 2달만에 30만마리의 '당당치킨'이 판매됐으며 지난 6월30일부터 8월7일까지 홈플러스의 델리치킨 전체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증가했다.

대량 구매로 국내산 냉장 계육의 매입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매장 직접 조리를 통해 마진을 줄여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전략이 성과를 낸 것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곧바로 치킨 경쟁에 합세했다. 지난달 이마트가 선보인 9980원의 '5분 치킨'은 출시와 동시에 이마트의 7월 치킨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26%가량 끌어올렸다.

롯데마트는 11일부터 일주일간 닭 한마리 반으로 구성된 '뉴 한통 가아아득 치킨'을 기존 1만5800원에서 44% 할인된 가격인 8800원에 판매한다.

한통치킨은 롯데마트 즉석식품 코너의 대표 상품 중 하나로 월평균 3만5000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제품이다. 한통 가아아득 치킨은 반 마리를 증량시킨 상품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0년에도 5000원대 가격의 '통큰치킨'을 선보인 바 있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통큰치킨'이라는 이름이 각인돼 있을 만큼 당시 가성비 치킨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하지만 당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생존권 위협 및 골목상권 침해라는 반발이 거세지며 정치권까지 비판에 나서 열흘도 채 되지 않아 판매를 중단했다.

이와 같은 논란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재현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중심으로 저가 치킨은 대기업의 횡포라며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들은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을 대량 구매와 직접 조리로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미끼상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계육 가격과 부재료비, 임대료, 공과금 등을 언급하며 "대형마트의 치킨과 프랜차이즈 매장 치킨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재료비 및 배달료 인상 등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치킨 1마리를 먹기 위해선 2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대형마트의 가성비 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지는 뜨겁다.

SNS 등에서는 대형마트의 가성비 치킨에 대한 후기와 리뷰가 이어지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와 비교하는 게시물도 우후죽순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와 같은 호응에 대형마트에서는 이벤트성으로 기획된 가성비 치킨 판매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성비 치킨은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제공하려는 기획성이 강한 상품"이라며 "프랜차이즈 업계는 그만의 브랜드 경쟁력이 있고 대형마트는 원가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차이는 있지만 그 선택권이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대형마트의 가성비 치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